2013년 7월 12일 금요일

영어 한국어로 옮기기

여기에서 필자는 번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영어 단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가 알기로, 국어 사용 원칙에서 외국어를 우리글로 옮길 때는 원어의 발음이 기준이 된다고 알 고 있다. 즉, 원어에서 발음나는 대로 옮긴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원어의 철자가 무엇이었는가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필자는 여전히 원어의 발음보다는 일제시대 유입된 영어 사용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런 양상은 특히 L R 소리의 구분에서 두드러진다.  일본인들이 'L'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기 때문에 흔히 'clean'을 '크린'으로 발음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를 비교적 정확하게 '클린'이라고 발음할 수 있다. 이렇게 외국어를 옮길때 한국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한 예를 여전히 많이 볼 수 있다는 데서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유명한 상표인 '크리넥스' à '클리넥스'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크리넥스는 너무 잘 알려진 상표라서 이를 바꿀 경우 금전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 만들어 지는 단어에도 이런 실수는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외국어가 영어에 국한된 지라 이 곳에서 영어를 많이 언급하고 있으나, 영어가 아닌 경우의 r발음도 관습으로 무조건 'ㄹ'로 옮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독일어로 자연이라는 단어는 현지어로 '나투어/나투허'로 발음나는데 한국인들은 지속적으로 '나투르'라고 옮겨 적고 있다. 또한 한국의 한 프렌차이즈 빵집의 간판은 '투레주르'인데, 이는 불어로 보다 '툴레주흐'에 가깝게 소리가 난다. 이런 식의 'r'은 어느 언어에서나 'ㄹ'로 소리난다는 입장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독일인들이나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r'을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매우 싫어한다.

여기서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필자가 '아이팟'이 iPod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t'가 단어의 맨 마지막에 왔을 때 왜 한국인들이 받침에 ㅅ을 쓰는가 의문을 가져왔었다. 소리나는 대로라면 ㄷ이 맞다. 철자까지 고려해주면 ㅌ! 어차피 같은 소리인데, ㄷ으로 통일하거나 심지어는 ㅅ으로 쓸 이유가 있는가? ㅅ받침이 더 멋져보이니까 유행했을까 아니면 우연히 누군가 그렇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확산된 것일까 궁금하다. 

필자의 입장은 이왕 나는 소리가 같다면 원 알파벹에 해당하는 한국어 철자를 살려주는 것이 더 낫다는 쪽이다. 따라서 'it'에 대한 우리글 표현은 '잇'이 아니라 '잍/읻'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좀 더 긴 표현을 옮겨야 할 때, 가령 'It is'같은 표현을 '잍 이즈'로 옮길 수 있고 이 경우 한글 표현을 읽을 때 가장 원어와 같은 소리가 난다. 이 것을 '잇 이즈'로 옮기면 한글만을 읽을 때 '이시즈'로 발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것은 원어와 완전히 달라지는 발음이다. 이 오류가 처음에는 작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오류가 쌓여서 나중에는 원어를 절대로 알수 없는 Konglish가 나오고 또 어떤 표현을 그렇게 읽으면 Native English Speaker가 알아듣지 못한다고 법석을 떠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 예가 바로 iPod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d'는 유성음으로 영어 단어의 맨 마직막에 위치할 때, 즉 한글로 옮겨서 받침인 자리에 놓이게 되면 원어와 전혀 다른 소리가 나는 대표적인 소리이다. 따라서 우리는 bird를 언제나 '버드'라고 옮기지 '벋'이라고 옮기지 않는다. 그런데, pod는 '포드(미국식은 파드)'라고 옮기지 않고 '팟'이라고 하는 국적 불명의 단어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서야 이런 경향을 지적하는 것도 좀 문제일 듯 싶다. 사실 이런 변형의 전조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오래 전에 외화 제목을 영문 그대로 한글로 옮기는 것이 예사가 되었는데, 그 때 한 영화의 제목이 'Wag the Dog'이었다. 이 제목은 '왝더독'이라고 옮겨졌다. g도 d와 마찬가지로 한글에서 받침 자리에 오면 소리가 달라진다. 따라서 Dog à 도그가 더 적합한 표현이다. 

물론 '포드' 보다는 '폳'이, 그리고 '도그' 보다는 '독'이 간결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 온 이상 영어 단어도 한국인들의 취향을 따라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한국어에서 충분히 간결하게 줄일 수 있는데도 늘려쓰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유명한 소설이면서 영화인 Harry Potter Series의 주인공들 중 한 명인 Hermione Granger의 이름은 한국어로 '헤르미온느'로 옮겨진다. 그러나 실제로 현지인들이나 영화에서는 '허마니'로 불리운다. 두 글자나 줄일 수 있는 이런 이름은 현지 발음을 무시하고 길게 옮기면서, 또 원어의 발음을 무시하고 iPod를 아이팟으로 옮기는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

물론 한국어는 한국어니까 외국어를 어떻게 표현하던 우리 마음이라고 주장한다면 필자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백번을 양보해도 최소한 '아이팓' 이상으로의 변형은 취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또한 어떤 경우에도 외국어와 한국어의 발음 체계가 일대일의 관계가 아니라서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위 필자의 제안에도 논란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일본식 발음과 비상식적 적용을 방지한다면 훨씬 더 한국어에 적합하고 체계적이 될 것이다그래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아이팟과 팟캐스트의 원어가 iPod와 Podcasting이라고 필자가 설명해 주었을 때 한국인들마저 놀라는 사태는 좀 막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혹 독자들 중 시간이 있고 관심이 있다면 국어맞춤법도 아울로 찾아보기 바란다.

그렇다고 필자가 현재 한국인의 모든 영어 사용에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푸쳐핸접' 같은 경우는 정말 영어와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깊은 상태에서 나온 것 같다. 실제 나는 소리와 매우 근접할 뿐 아니라 원어와 한국어의 음절 수도 일치하는 이렇게 창조적 옮김을 적극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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