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인도에 간 적이 있었는데, 좋은 친구가 생겨서 며칠 한 대학생과 함께 머물게 되었다. 그 동안 힌두어 특히 인도 글자에 관심이 많던 필자는 힌두어 철자를 가르쳐 달라고 그 학생에게 부탁하였다. 마침 방학이라서 그 대학생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터라 하루는 둘이 방에서 힌두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한 스물 몇개 되는 철자를 배우는데, 필자가 듣기에는 ㅎ 소리가 나는 다 같은 소리인데, 그 학생은 모두 다른 소리라며 세 개나 되는 다른 철자를 각 소리에 배당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English Native Speakers에게 우리말을 가르칠 때 그 친구들이 ㄷ, ㅌ, ㄸ 소리에 혀를 내두르던 입장이 이해가 갔다. 그 친구들 입장에서는 모두 한가지 't' 소리일 뿐인데 이들을 한국에서는 구분한다니 어찌 쉽게 익힐 수 있겠는가?
또한 Indian 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말에 ㅎ 소리가 많이 들어갈까 의아해 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 이해가 갔다. 아마 저마다 다른 ㅎ소리를 들었을 텐데 필자는 다 같은 ㅎ소리로 들었을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아무튼 필자가 그 세가지 ㅎ 소리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데, 정작 그 학생에게도 혀를 내두를 일이 발생했다. 바로 그 다음이 문제였다. 아마 마지막 두 개의 철자가 남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학생이 해당 철자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학생도 당황했지만 필자도 같이 당황했다. 급기야는 그 학생이 아는 다른 학생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보게 되었다. 결론은 그 학생이 연락한 친구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너무 당황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괜찮다고 해야 하지 어떻게 어려운 표현도 아니고 모국어의 기본적 철자를 모를 수가 있냐고 물어봐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필자의 심정을 읽기라도 했듯이 그 학생은 잠시 후 미안한 표정으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설명의 핵심은 자신들이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데, 그 이후로는 영어에 너무 집중해서 힌두어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용빈도가 떨어지는 두 철자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이 학생들이 우리말로 따지면 ㄼ쯤에 해당하는 철자를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필자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영어가 공용어 중 하나이고 (힌두어가 인도의 공동 공용어이다) 영어 잘 하기로 소문이 난 인도에서 영어를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시기가 바로 중학생부터라니! 한국이 영어를 가르치는 시기를 초등학교 3-4학년으로 바꾼지 얼마 되지 않던 시기라서 필자는 놀라웠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중학교 때부터 배우냐고?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냐고? 그 학생 대답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하는 것이 맞고 고등학교까지 대부분의 수업은 여전히 힌두어로 진행된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것이 대학교로 진학하는 데 매우 중요하고 대학교의 모든 수업이 (그래도 힌두어 전공에서는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필자가 확인하지는 못했으므로 그 학생이 말한대로 전달하는 바이다)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졸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지가 확연해졌다. 그리고 왜 Indian 대학생들이 영어를 잘하는지도 이해가 갔다. 또한 그 대가가 무엇인지도 눈 앞에 명확해졌다. 과연 그들이 쓰는 힌두어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인도에서 힌두어로 문학 및 다른 고급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나는 이런 질문에 대답할 만한 그 어떤 지식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흠.. 인도인 친구들에게 물어봐야 겠다)
아무리 똑똑해도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는 인도의 현실은 좀 서글펐다. 아마도 우리의 현실이 투영된 탓이 크리라. 또한 영어 수업을 초등학교 때부터 하는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영어 유치원에 온 갖 아동 영어 교육 상품이 판을 치는 한국의 현실에서 20년 후 우리의 모습도 보이는 듯 했다. ㄱ, ㄴ을 다 모르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영어로 수업을 받는 그런 현실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인가?
이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한 기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필자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한 한국인 대학원생을 초대한 적이 있었다. 순전히 재밌자고 한 일이었다. 그 학생은 호주에서 태어나고 호주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대부분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고, 대학도 한국에서 나온 학생이었다. 호주에 오기 전 미국에 어학연수도 갔다 왔다는 것을 보니 한국어도 영어도 꽤 잘 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필자의 강의가 진행되는 중간에 갑자기 그 학생이 이의를 제기했다. 도대체 ㄽ이라는 철자가 한국어에 있는 것이 맞냐는 것이 그 학생의 질문이었다. 우리가 ㄽ을 언제 쓰냐고 묻던 그 친구에게 어떻게 대답해 주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머뭇거렸다. 필자가 웃으면 그 친구가 무안해 할테고, 게다가 필자의 강의를 듣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두 한국인이 한국어 철자에 대해 있다 없다 논쟁하는 모습이 얼마나 이상해 보일지도 눈에 선연했기 때문이었다. 생각 끝에 필자는 칠판에 '돐'이라고 조용히 써주고, 하던 강의를 계속했다. 그 학생은 몹시 놀란듯이 그 뒤로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의 내내 앉아 있더니 강의가 끝나자 마자 귀가했다. 물론 그 다음날 정도엔 충격을 좀 정리했던지 필자가 좋은 강의를 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을 잊지는 않았지만.
다음 글에서는 어릴 때 부터 영어에 집중하면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또한 Indian 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말에 ㅎ 소리가 많이 들어갈까 의아해 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 이해가 갔다. 아마 저마다 다른 ㅎ소리를 들었을 텐데 필자는 다 같은 ㅎ소리로 들었을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아무튼 필자가 그 세가지 ㅎ 소리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데, 정작 그 학생에게도 혀를 내두를 일이 발생했다. 바로 그 다음이 문제였다. 아마 마지막 두 개의 철자가 남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학생이 해당 철자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학생도 당황했지만 필자도 같이 당황했다. 급기야는 그 학생이 아는 다른 학생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보게 되었다. 결론은 그 학생이 연락한 친구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너무 당황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괜찮다고 해야 하지 어떻게 어려운 표현도 아니고 모국어의 기본적 철자를 모를 수가 있냐고 물어봐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필자의 심정을 읽기라도 했듯이 그 학생은 잠시 후 미안한 표정으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설명의 핵심은 자신들이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데, 그 이후로는 영어에 너무 집중해서 힌두어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용빈도가 떨어지는 두 철자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이 학생들이 우리말로 따지면 ㄼ쯤에 해당하는 철자를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필자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영어가 공용어 중 하나이고 (힌두어가 인도의 공동 공용어이다) 영어 잘 하기로 소문이 난 인도에서 영어를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시기가 바로 중학생부터라니! 한국이 영어를 가르치는 시기를 초등학교 3-4학년으로 바꾼지 얼마 되지 않던 시기라서 필자는 놀라웠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중학교 때부터 배우냐고?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냐고? 그 학생 대답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하는 것이 맞고 고등학교까지 대부분의 수업은 여전히 힌두어로 진행된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것이 대학교로 진학하는 데 매우 중요하고 대학교의 모든 수업이 (그래도 힌두어 전공에서는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필자가 확인하지는 못했으므로 그 학생이 말한대로 전달하는 바이다)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졸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지가 확연해졌다. 그리고 왜 Indian 대학생들이 영어를 잘하는지도 이해가 갔다. 또한 그 대가가 무엇인지도 눈 앞에 명확해졌다. 과연 그들이 쓰는 힌두어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인도에서 힌두어로 문학 및 다른 고급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나는 이런 질문에 대답할 만한 그 어떤 지식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흠.. 인도인 친구들에게 물어봐야 겠다)
아무리 똑똑해도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는 인도의 현실은 좀 서글펐다. 아마도 우리의 현실이 투영된 탓이 크리라. 또한 영어 수업을 초등학교 때부터 하는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영어 유치원에 온 갖 아동 영어 교육 상품이 판을 치는 한국의 현실에서 20년 후 우리의 모습도 보이는 듯 했다. ㄱ, ㄴ을 다 모르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영어로 수업을 받는 그런 현실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인가?
이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한 기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필자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한 한국인 대학원생을 초대한 적이 있었다. 순전히 재밌자고 한 일이었다. 그 학생은 호주에서 태어나고 호주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대부분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고, 대학도 한국에서 나온 학생이었다. 호주에 오기 전 미국에 어학연수도 갔다 왔다는 것을 보니 한국어도 영어도 꽤 잘 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필자의 강의가 진행되는 중간에 갑자기 그 학생이 이의를 제기했다. 도대체 ㄽ이라는 철자가 한국어에 있는 것이 맞냐는 것이 그 학생의 질문이었다. 우리가 ㄽ을 언제 쓰냐고 묻던 그 친구에게 어떻게 대답해 주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머뭇거렸다. 필자가 웃으면 그 친구가 무안해 할테고, 게다가 필자의 강의를 듣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두 한국인이 한국어 철자에 대해 있다 없다 논쟁하는 모습이 얼마나 이상해 보일지도 눈에 선연했기 때문이었다. 생각 끝에 필자는 칠판에 '돐'이라고 조용히 써주고, 하던 강의를 계속했다. 그 학생은 몹시 놀란듯이 그 뒤로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의 내내 앉아 있더니 강의가 끝나자 마자 귀가했다. 물론 그 다음날 정도엔 충격을 좀 정리했던지 필자가 좋은 강의를 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을 잊지는 않았지만.
다음 글에서는 어릴 때 부터 영어에 집중하면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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