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1일 목요일

유럽인이 구사하는 영어의 수준

  이전 글에서 몇 개 국어 한다는 유럽인들의 진실은 우리가 사투리를 안다는 수준이라는 설명을 했다. 하지만 그들 자신이 토로하듯이 유럽인에게도 외국어는 어렵다. 즉 그들에게도 영어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투리를 알아듣는 것은 언어의 뿌리가 같아서 가능하지만 구사하는 수준은 미비하다. 좀 더 들어가서 그 사투리로 문학작품을 만든다거나, 왜 이렇게 다른 표현이 각 지방에 사용되는가와 관련된 지식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다. 사실 잘 모르면서 우리는 다른 지방 사투리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TV를 좀 보고 주변에서 사투리 쓰는 사람 몇 만나고 나서 흉내를 좀 내는 것으로 말이다. 유럽에서 몇개 국어를 한다는 사람들의 실체도 이런 것이 아닐까? 물론 필자는 잘 모른다. 이에 대한 대답은 유럽인들이 해주어야 할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필자는 학부시절 스웨덴 왕립 과학연구소에서 영문으로 펴낸 책을 번역하는데 도움이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필자의 역할은 초벌번역을 하는 것이었다. 그 때에도 나는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이 번역활동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자의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필자는 이후에 왠만한 nature나 생물에 대한 다큐멘터리 문서는 그 어떤 다른 문서보다 더 잘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backfire도 만만치 않았다. 바로 필자의 영작은 이 스웨덴식 영어에 영향을 크게 받아 원어민이 보기에는 문제 투성이였던 것이다. 따라서 외국에서 필자의 학업 중에 이 잘못된 영어를 고치는 과정이 크게 한 몫을 차지했다.

  이후로 필자는 유럽인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 Native English Speaker 친구에게 유럽인이 쓴 영어 논문 중 하나를 보여주고 평을 해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유럽인치고는 어법에 잘 맞게 쓴 편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는 유럽인이 그것도 영어로 논문을 쓸 정도의 숙달정도를 가진 사람이 영어를 사용하는데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하는지를 반증해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 필자의 영어 수준은 이 스웨덴식 영어책 수준 만큼은 되는 것 같다. 그 말은 책 한 권 펴낼 정도는 되지만, 그랬다가는 이 책 처럼 수많은 표현들이 실제 영어책에서는 쓰지 않는 것들이거나 중간 중간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이 수 없이 섞여있을 것이란 말이다. 필자가 볼 때 몇 개 국어를 한다는 유럽인들의 언어 수준도 이 이상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듣기에는 Native English Speaker처럼 영어를 구사한다고 보일 것이다. 물론 필자의 영어가 아니라 유럽인의 영어를 말이다. 우리가 듣기에 잘 알아들을 수 없지만 서로 의사소통도 되는 듯 하고 발음도 잘 굴리는 듯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럽인들이 영어를 구사할 때도 그들 모국어의 accent가 매우 특징적이다. 그 유럽인이 영어를 잘 못하고 또 그 원어민이 해당 유럽어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서로 못 알아 듣기도 한다. 그러나 Native English Speaker들은 유럽 문화에 익숙하고 외국어로 유럽어를 배우기가 쉽다. 따라서 유럽인의 영어 포현 실수는 문화적으로 더 공유되어서 Native English Speaker들이 더 잘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마치 일본인이 한국어 발음 어디에서 실수하는지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발음을 이상하게 해도 한국인들이 거의 알아듣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수하면 그들은 거의 전혀 알아 듣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아는 한 한국인 친구는 이렇게 불평을 한 적이 있다. "영어가 지들 모국어인데 나같은 외국인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왜 못 알아 듣는 거냐구?" 이건 우스개 소리였지만 사실 이런 불평이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또한 유럽인들은 자신의 고유 표현을 번역해서 말해도 왜만하면 English Speaker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 또한 우리와는 다른 점이다. 부럽나? 부러우면 지는 거다. ㅋ

  유럽인이 땅을 사서 한국인이 배가 아프다면 좀 통쾌한 이야기도 해야 할 듯 싶다. ^_^ 그것은 유럽인들도 영어로 문서를 작성할 때 Native English Speaker가 이런 저런 오류를 지적하면 찍소리도 못하고 따른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들은 한국인들이다. 한국의 교육에 힘입어 문법으로 무장하고 Native English Speaker 에게 따진다. 가끔은 그렇게 해서 Native English Speaker 과 논쟁에서 이겼다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통쾌한가? 하지만 너무 이르다. 이것은 원어민들이 말이 안 통하니까 포기한 것이지 진짜 한국인들이 자신이 아는 문법으로 이겼다고 보면 곤란하다. Native English Speaker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문법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해도 몸으로 체화한 사람들이다. 물론 모든 영어 사용자가 그렇다고는 살 수 없겠지만. 영어 교사로서 언어교육 받았거나 대학원 이상 고학력인 사람들에 한해서.. 대학 졸업만 하면 그렇다고 봐야 할 까?

  문법에는 맞아도 때때로 어떤 표현은 의미상 말이 안되고 또 다른 표현은 관습적으로 그렇게 쓰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영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표현을 쓰게 되는 이유는 누누히 말했지만 한국어에 영향을 받아서이다. 특히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번역해서 써놓고 문법에는 맞다고 좋아하면 원어민 입장에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전혀 다른 표현체계로 표현자체를 통째로 습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국어에도 이런 관습적 표현 규칙이 존재한다. 모두 한국어에 한해서는 전문가이실 테니 스스로 한번 찾아보시길 바란다. 그러나 사실은 전문가가 아니니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그런 관습적 표현을 찾아놓고도 왜 이 표현은 이렇게만 써야 하는지 그 근거를 찾아내려고 한다면 머리에 쥐가 날 것이다. 따라서 요새는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만일 그 사람들이 이런 관습적 표현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여기서 문제 하나?
  만일 어떤 외국인이 왜 한국에서 모든 집의 단위는 방인데 (안방, 건너방, 쪽방 등) 부엌에만 '방'이란 말을 쓰지 않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 줄 것인가?

  어쩌면 우리도 Native English Speaker  우리 영어 사용에 문제를 제기해 주면 문법으로 따지지 말고 유럽인처럼 고분고분 감사히 받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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