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7일 화요일

영어의 한국어 표준: Maroon 5 (머룬 5? VS 마룬 5??)

  필자는 가끔 라디오를 들으며 작업을 한다. 그러다 음악캠프 배철수 아저씨가 필자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을 듣고 반가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배철수 아저씨의 고민은 Maroon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이다. Maroon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된 것은 Maroon 5라는 그룹의 많은 노래가 Billboard chart 상위권에 오르면서 한국에도 인기를 얻으면서 라디오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의 DJ들이 마룬 파이브라고 이 그룹을 소개하는데, 배철수 아저씨의 주장은 머룬 파이브로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그룹은 미국 그룹이고 미국에서 그렇게 발음하니까! 그런데, 자기 혼자만 머룬 파이브로 소개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마룬 파이브로 소개하니까 외로우셨나 보다.

  기본적으로 필자는 배철수 아저씨의 주장에 동의한다. 또한 배철수 아저씨는 남들이 뭐라하든, 남들이 뭐라고 이 그룹을 소개하든 머룬 파이브로 소개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기본적으로 음악캠프는 팝송을 주로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고 영어를 아는 사람들이 머룬으로 발음하는 것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어 표준으로 머룬을 삼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할 것 많은 듯 싶다. 즉, Maroon을 마룬이 아니라 머룬으로 한글 표기 표준을 삼는 것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 봐야 할 다른 많은 문제들이 얽혀있는 듯 싶다.  외국어 한국어 표기 기준이 소리나는대로이지만 사실 소리자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타협이 불가피하다. 그 타협이 어느 시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모두가 다른 의견이겠지만, 어느 정도의 원칙은 필요할 듯 한데... 모든 외국어를 외국인이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는하기 때문에 과연 일률적 원칙 적용이 가능한지 조차도 확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연구원 생각은 어떤지 지금 물어보러 갑니다요. ㅋ)

   사실 Maroon이라는 단어의 발음이 머룬처럼 들리는 것은 강세stress가 뒤 음절에 있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는 강세가 없는 음절의 모음 발음은 약하게 혹은 대충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어의 리듬감이 생기는 것이다. 마치 음악처럼 강약약 혹은 약강약 등등으로... 좀더 정확히 말해서두번째 음절에 강세 없이 머룬 하고 발음하는 것은 마룬하고 발음하는 것 만큼이나 부정확한 발음이다. 따라서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머루운! 또한 뒷음절에 강세만 넣어주면 사실 앞음절은 마로 발음한다고 영어사용자가 못알아 듣지도 않는다고 보는 것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즉 '마루운'으로 발음한다고 해도 어차피 첫음절에는 강세가 없어서 약하게 발음되기 때문에 '머루운'과 거의 같은 발음이 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뒤 음절에 강세를 넣어주지 않으면 마룬으로 발음하든 머룬으로 발음하든 원어민이 알아듣지 못할 확률 절반 이상이다.

  한국어에는 이렇게 정해진 리듬감은 없다. 영어가 랩에 적합한 언어이지만 우리말은 아니라는 오해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던가. 즉 한국어에는 특정 음절에 강세를 특별히 주는 발음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러니까 사아랑해, 사라앙해, 사랑해애.... 모두 같은 소리로 인식되고 모두 같은 뜻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영어에서 present단어에 강세가 앞에 오면 현재, 선물 등을 뜻하지만(현재의, 출석한 등의 형용사이기도 하고), 강세가 뒤에 오면 발표하다, 소개하다 등의 동사를 뜻하게 된다. 발음도 전자는 프레즌트(또는 프레전트), 후자는 프러젠트(혹은 프리젠트)처럼 발음된다.

  그렇다면 같은 영어단어가 어떻게 쓰였느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인데, 이렇게 다르게 쓰는 것을 다 알아서 발음하라고 하는 것은 일상적 영어 사용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좀 지나친 요구가 되는 것이다. 사실이었든 사실이 아니었든 한글이 처음 만들어질 때 한자처럼 어렵지 않아서 쉽게 누구나 글을 쓰고 읽게 된다는 사실에 기득권 층이 반발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 쉽게 납득이 가는데, 이렇게 영어를 발음나는 대로 한국어 표준을 삼을 때, 상당한 영어 실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는 영어에 의한 기득권층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할 듯 하다.

  즉 팝송을 일상적으로 다루고 외국 뮤지선을 많이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영어를 소리나는 대로 발음하는 것으로 할 수 있지만 국내 음악을 주로 소개하면서 가끔 팝송을 틀어주는 다른 라디오 DJ들은 알파벹대로 발음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좋은 융통성있는 방법일 듯 싶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또한 이미 굳어진 발음도 많다. Korea를 우리가 영어로 발음나는 대로 하면 '커리어'이다.  Career와 왠만해서는 구분할 수 없게 발음된다. 필자도 처음엔 놀라웠다. 왜 주변 사람들이 자꾸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한국에 대해 거의 아는게 없었던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알고 보니 그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것! Career가 Korea처럼 들린 것은 둘다 둘째 음절에 강세가 있어서 첫째음절 모음이 Maroon처럼 '어'로 발음되기 때문에 두 단어의 발음 구분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발음기호 상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원어민 언어 강사에게 질문한 바 원어민들도 두 단어의 발음이 일치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발음 표기를 코리아에서 커리어로 바꾸어야 할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Korea를 코리아로 발음해서 둘째 음절에 강세만 제대로 넣어주면 커리어와 거의 다름없이 들린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또한 오랫동안 쓰여왔던 표기를 바꾸는데 드는 비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사용이 굳어진 것중 필자가 문제 삼는 것은 좀 다른 것이다. 바로 '팟캐스트'! t가 종성으로 올때 ㅅ으로 표기하는 것에도 필자는 반대이지만 유성음 'd'조차 무성음처럼 표기하는 것은 더 문제인 듯 싶다. Podcast는 필자가 보기에 '포드캐스트' (미국식 발음이 좋으면 파드캐스트)로 표기해야 한다. 물론 글자 하나 줄여서 팟캐스트로 하는 것도 장점이 있다는 주장은 가능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론이 이렇게 모아진다 하더라도 폳캐스트 혹은 팓캐스트 이상은 타협하기 어려울 듯 싶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시 논의 하도록 하겠다. 다만 배철수 아저씨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음악캠프에 사연 올려 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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