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일 금요일

False Belief about English 4: 영어를 잘 하면 무슨 영어든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선 ‘영어를 잘한다’는 문장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전에도 다루었듯이, 흔히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하면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 흔히 하는 농담으로 영어권 국가에서는 거지도 영어를 잘 한다고 한다. 가끔 영화를 보면 어쩜 저렇게 어린 아이가 영어를 그렇게 잘 하는지 부러운 따름이다.

  그런데, 우리가 바라는 영어가 교육을 제대로 받았을 듯 싶지 않은 사람이 구사하는 그런 영어인가? 즉 원어민의 영어에도 엄청난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다양한 영어 중 어떤 영어를 잘 하고 싶은가? 혹은 그 중 어떤 영어가 잘 하는 영어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같은 말이다. 영어를 잘 하고 싶다면 어떤 영어를 어떻게 잘 하고 싶은지 질문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이해하기가 힘들다면 한국어에 대입해서 고민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즉, 한국어를 잘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우리가 누군가에게 언어능력이 뛰어나다고 이야기할 때가 언제인가? 물론 국어시험을 잘 볼 때도 사용가능하지만 이 보다는 농담을 잘 하거나 논설문이나 소설을 잘 쓰거나 하는 경우일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우리가 누군가에게 이해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때에도 어떤 경우에는 언어능력을 지칭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내가 말도 안되게 표현을 했는데도 내 말을 잘 이해해 주거나 어려운 소설이나 글 따위를 읽고 설명해 주는 경우가 해당하겠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꼭 좋은 선생인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말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대인관계에서 언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이 반드시 어려운 글을 읽고 당신에게 해설해 주는 사람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과도 상통한다. 즉 우리가 한국어를 잘 한다는 표현도 아주 여러 경우에 사용하고 있고, 이는 영어를 잘 한다는 말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바꾸어 말하면 당신이 잘 하고 싶은 영어가 무엇인가가 자신이 영어를 잘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시작이다. 말을 잘 하고 싶은지 글을 잘 쓰고 싶은지에 따라 당신이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이 따라 나온다. 시작이 반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자 영어를 잘 하는 그 길의 반을 제발 가 보도록 하자.

  아울러 우리가 말은 못하고 잘 읽기만 하는 영어 교육을 받았다고 자조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어차피 모두 잘 하기는 어렵다. 기본만 한다면 잘 읽기만 하는 사람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으로 대접해 주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말만 잘 하는 사람도 영어 잘 하는 사람이고, 말은 한 마디도 못하지만 글을 그럴듯하게 써내는 사람도, 남들이 못 듣는 이야기를 잘 캐취하는 사람도 잘 하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혹은 해야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실적 목표를 가지되, 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자!

  지금까지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한가지 더 살펴 볼 것이 있다. 그것은 말이나 글의 종류 및 분야에 대한 것이다.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이 논설문을 잘 쓰는 것이 아니듯이 추리소설을 잘 읽는 사람이 경제 전문지를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영문학을 전공했고 아니면 외국에서 몇 년 살다 왔으면, 그렇지 않더라도 아무튼 영어를 술술 읽는다고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잘 대답을 못 하거나 내민 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무슨 영어 잘하는 사람이 모른다고 할 수가 있냐고 의아해 한다. 그러나 입장바꾸어 생각해 보자. 필자는 영어는 몰라도 국어는 어렸을 때부터 꽤 잘했고, 신문은 고등학교 때부터 매일 같이 읽어서 이제는 10분이면 거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다. 물론 영문신문은 제외다. 그리고도 두 개의 예외 영역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경제면. 이건 한글이 맞긴 한 듯 한데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다른 하나는 스포츠 면. 이건 읽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관심이 없어서 절대로 읽지 않는다. 그런 필자에게 어느 외국인이 한글 신문 경제면이나 스포츠면을 들고 와서 무슨 소리인지 설명해 달라고 하면 필자가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이렇게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심리학 전문서적을 혹은 경제학 전문 잡지를 들고 와 물어보는 것은, 사실 자동차학과 박사한테 자동차 정비에 대해 물어보는 것과 같다. 자동차학과 박사한테 직접들은 이야기인데, 자동차 정비는 정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박사보다 더 잘 안다는 사실! 믿기지 않는가? 그래도 믿길... 지인들이 자동차 정비에 대해서 물어볼 때마다 그 자동차학 박사분이 어치나 곤란하다고 하시는지.

  결론은 자신이 자신의 전공서적은 잘 읽는데,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은 잘 읽는데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이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이상 자괴감은 금물!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자꾸 열등감에 젖지 말고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고 자랑하고 다니자. 사실 필자가 요새 좋아하는 것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 저는 4개 국어 합니다. 서울말, 부산말, 광주말, 영어! (마지막이 꼭 영어일 필요는 없다. 중국어든 프랑스어 든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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