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9일 금요일

학교 따돌림은 예방이 최우선인가?

  어제도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타지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터라 한국어로 떠드는 소리가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요샌 완전 중독이다. 그러던 중에 학교에서 따돌림 문제를 예방하자는 공익광고가 나오는 것을 들었다. 완전 절망이다. 아직도 예방을 떠들고 있다니 한국의 교육전문가들은 모두 돌대가리임이 분명하다. 진정 예방을 떠드는 것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따돌림 문제를 쉬쉬하게 하고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는 것인가?

  이제는 따돌림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고 발생했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것이 없으니 모두 공개합시다라는 공익광고가 나올 시점이 아닌가? 그 시점은 과연 언제가 될 것인가? 이런 사고 체계 하에서 교내 상담교사의 존재가 유명무실하다는 이야기는 매우 당연하게 들린다. 이제는 좀 당연하게 생각하고 공개해서 정보를 나누고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를 고민하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고 학급 전체가 집단 상담을 받거나 극기 훈련 같은 놀이를 제공해야 한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과거에도 학교 폭력은 분명히 존재했다. 단지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이나 당하는 아이들이 현재처럼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을 뿐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이라는 존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과거 가정의 분위기만 생각해 봐도 이는 금방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가정은 가장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형성되었지 아이들은 부모를 따르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의 수가 적어지면서 그 귀중도가 높아지고 가정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에서 아동은 중시하는 경향과도 맛물려 돌아간다.

  어느 사회에서나 폭력이 존재한다. 그것은 아이들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선하니까 교육만 잘 시키면 모든 악을 예방할 수 있다는 착각부터 버리다. 아이들도 욕망이 있는 개개의 인격체들이다. 다만 지식과 경험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성숙하다는 고정관념을 어른들이 공유하는 것 뿐이다. 실제로 현재 중고등학생 정도의 청소년들은 조선시대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대접 받았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물론 혼인을 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이제 시각을 바꾸길 진지하게 제안한다. 학교에서 학생들 간에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에서 사람들 간 폭력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물론 가능한한 예방하면 좋지만 모두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사회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경찰서에 신고하고 때로는 재판을 받아 그것이 정당방위였는지 여부를 가린 다음 가해자에게 처벌을 내린다. 학교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 더 이상 학생들 간에 일어난 일을 교사에게 알린다고 고자질이라는 호칭을 붙이지 말자. 학생들 사이에 일어난 일은 너희들끼리 알아서 처리하라고 방치하지 말자.

  아이들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발생한 폭력을 신고하고 스스로 구제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이는 요새 성폭력, 성추행에 대해 아동들에게 어떻게 교육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가르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제발 모든 것을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사실 공산주의가 이 세상에 불가능할 일도 없을 테니까? 공산주의는 그 자체가 사상적으로 불순한 것이 아니라 사상만 봐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것이다. 만인의 평등, 능력만큼 일하고 원하는 만큼 가진다. 완전한 유토피아이다. 그러나 이는 인간 본성을 거스르기 때문에 이땅에서 실현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노력하면 뭐든지 잘 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한국사람들이 공산주의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자에게는 참 아이러니이다. 다시 학교 폭력 따돌림 문제로 돌아와서 살펴 보면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알리고 피해 사실이 알려질수록 그 심각함은 더 공유되고 예방책도 더욱 많이 강구될 것이다. 그러니 예방하고 싶다면 피해사실을 무조건 공개하라!

  단 이 주장에도 맹점은 있다.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서, 공개가 많이 될수록 더 좋은 학교로 칭한다면 학교간 경쟁적 공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개인정보 노출 위험, 사생활 침해 위험이 커지지 않을까? 이것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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