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9일 월요일

Accent와 영어 실력을 구분하자!

  인도 학회에서 일어났던 영어간 통역 사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accent가 다르면 둘 다 영어를 잘 해도 서로 못 알아 듣기도 한다는 설명을 한 바 있다. 둘 다 영어를 잘 해도 서로 못 알아 들으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냐,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혹자는 주장하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 그 쌍방 중 하나가 아시아 사람이면 늘 주늑이 드는 듯 하다. 굳이 인도인들의 영어가 문제라고 결론 짓고 싶어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그 쌍방이 텍사스에서 온 미국인과 촌 지방에서 온 영국인이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누구를 탓하고 싶은가?

  실제로 지역 악센트가 심할 때 원어민간 얼마나 알아듣지 못하는지 필자가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간혹 그런 경우를 만날 수 있긴 하다. 처음 호주인을 만난 미국인이 일정기간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영어를 알아듣기 힘들었다는 경험담을 필자가 들은 적이 있는 데다가 (호주는 미국 드라마를 엄청나게 즐기기 때문에 호주인이 미국 accent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인들이 영국에 가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미국에서 방송된 sitcom에 등장 (Friends 중 한 episode)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번은 필자가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한 일본인 학생과 동양계 미국인 학생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필자가 미국인 학생에게 Asian accent가 강하다고 이야기해주었더니 그 미국인 학생이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동의했다그런데일본인 학생이 무슨 소리냐이렇게 영어를 잘 하는데 라고 반박을 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그럼 누군가에게 British accent가 강하다고 이야기하면 영어 못한다는 소리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영국이 영어의 종주국이기 때문에? 그럼 American accent는? What about African accent? 문제는 왜 영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accent를 가졌다고 하면 욕이 아닌데, Asian accent를 가졌다고 하면 그것도 아시아 인들이 그것을 영어를 못한다고 해석하는가 이다.

  미국인들 중 African-American들은 African accent가 있고 동양계 학생들은 Asian accent를 가지고 있다물론 모두 영어는 엄청 잘 한다이렇게 이야기하면 유럽계 미국인들은 White accent가 있다고 해야 공평할 듯 싶기도 하다필자는 얼굴을 보지 않고 이들의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면 지금 화자가 동양계 미국인인지 흑인인지 백인인지 얼추 구분할 수가 있다. 가끔 만화영화를 볼때 목소리 녹음을 Asian-American이 했다면 그 목소리는 당연 다른 목소리와 구분되고 친근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노래를 들을 때 가수가 흑인이라면 단박에 눈치 챌 수 있다. (그런데, 요새는 필자의 이런 감각도 의심해 보아야 할 듯 싶다. Adele이 노래하는 것을 듣고 필자는 흑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Adele은 백인이었다 그것도 영국인. 그가 soul을 너무 잘 하고 soul은 흑인 음악에 그 기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글쎄...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ㅎㅎ) 물론 필자보다 영어를 더 잘 하는 사람들은 아마 화자의 인종적 배경 뿐 아니라 어느 지역 출신인지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식 accent를 가진다는 것이 영어를 잘 한다는 것과는 무관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영어를 할 때 미국식으로 발음을 굴리면 잘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외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을 할 때도 얼마나 좋은 표현을 썼느냐보다 얼마나 발음을 굴렸느냐 가지고 그의 영어실력에 대한 갑론을박을 하는 형편이 되었다. 심지어는 같은 한국어 accent가 강해도 미국식으로 발음하면 영어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영국식으로 발음하면 몇십년전 영어 선생님처럼 발음한다고 비웃는다고 한다. 이 것은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필자가 아는 사람의 경험담이다. 그 친구는 이런 경향에 대해서 분노했었다.

어떻게 특정 accent와 broken English를 동일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고민할 때 마다, 이런 경험으로부터 필자는 액센트와 영어실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재의 경향이 일본의 영향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의 경향이 일본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겠지만 설마 그랬을까? (혹시 아시는 분 계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푸쳐핸접!) 물론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들이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은 화자의 문장이 얼마나 수려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발음을 굴리는가 밖에 없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발생한 경향일 수도 있다. 그 근원은 차지하고 이 글의 결론은 특정 액센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정 액센트를 가지는 것은 특정 액센트를 가지는 것이고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영어를 잘 구사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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