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7일 화요일

고급 발음 공부 (T Sound)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TESOL을 이수하러 온 한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가끔 일본에서 영어발음을 얼마나 이상하게 하는지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살짝 소름이 끼쳤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강사들이 하는 이야기와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쌀을 Rice로 발음해야 하는데 Lice로 발음해서 일본인들이 '이'를 먹는 줄 알고 외국인들을 기겁하게 한다는 식이다.

  한번은 필자가 그 친구에게 원어민들이 t발음 안 한다거나 'd'처럼 발음한다는 것은 오해1라고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해 준 적이 있었다. 그 친구의 영어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필자의 설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이해를 했었다. 그런데도 놀란 표정을 지을뿐 동의를 하거나 이후에도 필자에게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친구가 TESOL을 잘 이수했는지 어쨌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는 이를 계기로 TESOL을 이수하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는 것인지 많이 의심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가 가지는 영어에 대한 많은 오해들이 일본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동시에 하게 되었다. 물론 일본어 발음과 한국어 발음 체계가 비슷해서 두 나라에서 동시에 비슷한 영어 발음 실수를 하고 비슷한 영어에 대한 오해를 한다는 것도 가능하지만, 한국의 영어 사전이 아직도 일본에서 번역한 사전을 베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의 오해가 억측이라고만 볼 수도 없을 듯 싶다. 혹 원어민들이 t 발음 안 한다거나 'd'로 발음한다는 오해도 일본에서 온 것은 아닐까? (일본의 영어 교육 시장과 한국의 시장 간 연계에 대해 아시는 분은 좀 발언해 주시길 바란다.)

  여기에선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오해하는 t sound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t를 r처럼 발음하는 경우는 t가 특정한 위치에 오는 경우 미국에 한해서 사실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미국 발음 체계를 따르더라도 많은 경우 우리의 오해로 점철되어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말해서 t 소리는 우리말의 ㅌ 소리를 포함하지만 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말의 ㄷ소리도 포함하고, strike와 같이 t 소리가 자음 사이에 위치하는 경우엔 ㄸ 소리처럼 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우리말의 ㄷ, ㅌ, ㄸ 소리의 차이를 외국인들에게 가르쳐 주면 그들이 혀를 내두르는 이유이다. 그들에게는 이 세 소리가 모두 하나의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바로 T 소리!

여기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만 발음지옥에서 헤메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도 발음이 어렵다. 우리는 ㄹ 소리가 r과 l로 나뉘어 힘들다고 불평하지만 그들은 t sound가 ㄷ, ㅌ, ㄸ 이렇게 세개로 나뉘어 헷갈린다고 불평할 것이다.

  그러나 위 설명만으로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t 소리 내기 쉽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엄격하게 말해서 t 소리는 혀를 입천장에 붙여 공기의 흐름을 막았다가 갑자기 공기가 흐르게 혀를 입천장에서 떼어줄 때 나는 무성음이다. 한번 해보자... 그리고 다시 한번. 지겹더라도 열 번정도 하길 바란다. 지겹지 않으면 한 백 번 정도! 아마 열 번 다 같은 소리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다양한 소리가 모두 t 소리임을 명심하자. 특히 한국인에게 까다로운 소리는 바로 t소리 전후로 입천장에 혀가 붙는 자음, 예를 들어 s, l, n 등의 소리가 오면 매우 약한 공기를 흐름을 갑자기 끊는 소리만으로 혹은 갑자기 공기를 흐르게 해주는 소리만으로도 t 소리가 표현이 된다. 이런 소리는 매우 미묘하기 때문에 우리말 소리 체계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 듣기 쉽지 않고 그래서 원어민들이 t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어에서는 바람을 끊었다 터지는 소리가 ㅌ 소리이다. 이는 주로 ㅌ이 초성에 올 때이고, ㅌ이 종성에 오면 끊는 소리로 ㄷ 소리가 나지만. 뒤에 모음이 오면 다시 터져야 ㅌ 소리이다. 하지만 영어에선 혀가 입천장에 갑자기 닿았다 떨어지는 무성음은 모두 t소리이고 뒤에 모음이 오더라도 한가지로 소리가 나지 않아서 우리에게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

  이제 우리가 언제 원어민의 t 소리를 오해하는지 열거할 수 있다. 

  첫째, 가장 많은 경우가 ㄷ 소리와 d 소리가 같다고 착각하여 약한 t 소리를 d 소리라고 착각할 때이다. 이 경우 t 소리를 듣고 말하는 경우는 무난하지만, d소리와 구분하고 또 d를 발음할 때 원어민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비극적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예: City -> 흔히 '씨디'처럼 발음 되는데, 여기서 ty가 '디'로 발음되는 것은 이 단어의 강세가 첫음절에 있기 때문에 뒤음절은 약하게 발음되기 때문이다. 이 약한 '디'는 원어민이 CD를 발음 할때 '디'와 명백히 다르다. 전자는 성대가 울리지 않고 후자는 성대가 울린다. By the definition of the sound of T, 전자는 t 소리이고 후자는 d 소리이다. 

  둘째, 위에서 언급한 미묘한 t 소리를 듣지 못하고 원어민들이 t 발음을 하지 않는다고 착각할 때이다. 이 경우 자기 나름대로 원어민처럼 발음 굴린다고 t 소리 건너 뛰게 되는데, 원어민은 원어민이니까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다고 쳐도 나중에 한소리 들어 챙피할 수 있다. 너는 왜 t 발음을 대충하냐고. 또한 t가 들어있는 발음과 들어 있지 않은 발음을 구분할 수 없어서 원어민들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어 고생할 수 있다. 이를 익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혀로 소리의 흐름을 갑자기 막았다가 다시 틔여주는 연습을 반복해서 각 상황에서 나는 소리가 모두 t임을 알고 익히는 방법 밖에 없다.

  예: Stacy를 원어민들이 빠르게 발음하면 '쎄씨'처럼 들린다. 이 단어에서 t 소리가 s 바로 다음에 와서 s를 발음할 때 혀가 입천장에 이미 붙어 있다가 a 소리 전에 공기의 흐름을 갑자기 터주는 정도로 t소리를 내기 때문에 미묘한 t 소리가 나게 된다. 그래서 잘 못 들으면 Sassy와 헷갈릴 수 있다. (Stacy는 여자 이름이고 Sassy는 영화 엽기적 그녀의 영어 제목 중 일부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익숙할 것이다.2)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미묘한 t 소리는 어차피 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그들이 t 발음을 하는지 또는 나중에 자신들도 Stacy에서 t 소리를 듣게 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혹자는 사실 원어민들에게도 Stacy와 Sassy간 발음 차이가 없다고 우기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필자가 단호히 주장할 수 있는 다음 예를 살펴 보자. 

  필자가 한국어를 원어민들에게 가르칠 때, 그 친구들이 Korean BBQ를 워낙 좋아하니까 '상추'라는 단어를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원어민 친구들의 반응은 이랬다. 

  친구: 왙? 탕추?

필자가 발음을 너무 세게 해서 친구가 못 알아들었나 해서 다음에는 조금 발음을 부드럽게 천천히 하려고 노력했다.

  필자: 노우... 사아앙추! 

  친구: 흠... 항추??

  필자: 왙? 하하하!!!

  처음 필자는 어떻게 상이라는 발음에서 그들이 t소리를 듣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러분은 이해가 되는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내 친구들은 내 ㅅ 발음에서 s sound를 단독으로 듣는 경우는 없었다. 이제 '상'을 한 열번 정도 반복해서 발음해 보자. 아마 이제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ㅅ을 발음할 때 혀가 입천장에 붙었다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Again, by the definition of the alphabet sound t in English, 원어민들에게 ㅅ 소리는 t 소리였다. 물론 순수한 t 소리는 아니고 가끔은 ㅅ 발음에 h나 s 소리가 섞여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끝까지 못 알아 들었기 때문에 마지막엔 필자가 스펠링을 불러 주었는데, '추'는 필자가 불러주는대로 모두 납득했다. 하지만 '상'은 끝까지 논란이 되었는데, 그 중 한 친구는 이 단어를 자기가 들은 대로 받아 적었다. 그 친구의 노트에는, '상'의 첫소리를 'ts'로 적었다. 이 예는 원어민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t 소리를 듣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우리가 한국어 체계에서 인정할 수 있는 ㅌ소리가 안들린다고 t소리 발음 안 한다고 주장하면 영어에 뛰어난 실력을 갖기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ㅈ 소리에서도 원어민들은 마찬가지로 t 소리를 듣는다)

  위 두 경우 모두 원어민과 대화하지 않고 한국인들끼리만 영어로 대화하는 경우 조금 더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한국인들과 편하게 대화하며 영어에 자신감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말고 발음을 더 잘 알아듣고 더 잘 하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영어가 어느 정도 되면서 부터는 원어민 친구를 적극적으로 사귀고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음을 잘 하는 공부가 확실히 필요하다. 왜냐하면 원어민 친구들은 왠만하면 발음 지적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국인들 우리말 발음 지적 잘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우리의 잘못된 인식에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점이 있기에 이렇게 잘못된 생각이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이 아닐까 싶다. t를 원어민이 특정 경우에 d로 발음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이점 하나는 아직 영어 발음 체계에 익숙하지 않을 때에 듣기 실력이 살짝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때는 t 소리가 나지 않아서 무슨 단어를 자신이 들은 것인지 헤메다가 t가 d로 들린다는 오해를 하게 되면 (정확하게는 ㄷ 소리이지만) 듣기가 조금 더 수월해질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인들에 한해서 ty의 '디'를 '뤼'로 발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국식 발음을 따라하는 것은 비추이다. 이것은 절대 필자가 호주나 영국에서 영어를 했기 때문에 그들 방식에 젖어 있어서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이런 발음을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대학까지는 영어를 한국에서 했으니 당연히 미국식 영어에도 익숙하다. 게다가, 필자가 영어에 있어서 좋아하는 점 하나가 한국어처럼 표준어 제도가 없어서 다른 accent의 발음을 사실상 잘못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미국식을 따라하지 말길 바라는 것은 어릴 때부터 미국식에 원어민처럼 익숙하지 않다면 나중에 영어를 아주 잘하게 되었을 때 철자가 헷갈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영어는 각 단어를 어떻게 읽는지를 배워야 하는 언어이고 각 철자가 언제나 같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따라서 철자는 원어민들에게도 그다지 쉬운 부분이 아니고, 만일 한국인이 t를 d나 r처럼 발음하는 경우 처음에 단어 몇개 모를 때 주변 사람들에게 뻐기기에는 좋지만 나중에 수 많은 단어들을 알게 되고 그것들로 급하게 문서를 작성하거나 채팅을 해야 할 때 원래 철자가 d인지 r 혹은 t인지 헷갈려서 고생하게 된다. 미국식으로 멋을 낼지 멋 내기보다는 실속을 차릴지 결정할 때 이 점을 숙지하기 바란다. (우리가 철자를 헷갈릴 때 주요 포인트가 소리의 비슷함이라는 것은 인지심리학적으로도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혹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요청해 주시길...^_^)

참고
1. 원어민들 중 사람에 따라 t발음을 'd'처럼 발음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영어에서 t와 d는 같은 발성으로 나는 소리인데 단지 성대가 울리지 않느냐 울리느냐에 따라 갈리는 소리다. 따라서 한국어보다 유성 자음이 많은 영어가 원어민인 사람들 중에서 t 전후로 특히 모음이 들어 가 있는 경우 t가 경우에 따라서 d로 소리가 날 수도 있다. 이는 일부러 d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앞 뒤로 유성음인 모음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소릴 내면 자연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파생될 수 있는 결과이다. 그러나 한국어처럼 유성 자음이라고는 네 개 밖에 없는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우리가 t를 약하게 발음했다고 해서 그 소리가 d소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소리는 대부분 ㄷ 소리일 가능성이 크고 ㄷ은 기본적으로 무성음이라 아무리 약하게 발음해도 t소리임엔 변함이 없다. 사실 한국인들이 d 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소리를 내기 전부터 '음'하면서 먼저 성대를 울리기 시작하면서 d 발음을 할 때도 그 성대 울림이 지속하도록 연습하는 방법이 좋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사실 유성음 발음하는 시간이 무성음보다 훨씬 길게 걸리는데, 이는 영어 원어민 사용자들에게도 공통을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그들은 우리보다 유성 자음 전문가들이 때문에 훨씬 짧게 유성 자음을 발성할 수 있지만 그래도 무성 자음보다 일반적으로 소리 내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향이 존재한다.

2. 위에서 Stacy와 Sassy 이 두 단어가 초성의 t 소리만 빼면 다른 소리가 모두 비슷해서 예를 든 것인데 혹자는 Stacy를 쎄씨처럼 발음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와닿지 않는 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경우 흔히 들을 수 있는 예로 가수 Pink의 노래 Stupid Girl이라는 노래를 들어보기 권한다. 이 노래는 매우 빨라서 가수가 친절하게 Stupid를 발음해 주지 않는다. 결국 여러분이 한국인이라면 이 단어가 '수피드'와 매우 유사하게 들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Stacy와 마찬가지로 이 단어에서 t 소리가 s 다음에 바로 붙기 때문에 아주 미묘하게 소리가 날 뿐 절대 t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핑크의 stupid에서 t가 들릴 때까지 듣기 연습하시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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