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9일 목요일

된소리의 역습

  현재 국립국어원에서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된소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필자는 묻고 싶다. 아니, 왜? 물론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된소리를 많이 쓰면 우리 말이 억세지고 어감이 드세지고 어쩌구저쩌구....

  필자는 이런 국어원의 입장을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독재시대 미풍양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경찰들이 자 가지고 다니면서 여성들 치마길이 재고 남자들 머리 길이 재던 시절도 아니고...

  다시 말하지만, 외국어 표기에서 소리나는 대로가 아니라 무조건 된소리를 금지시킨 원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city는 시티라고 하고, science는 사이언스라고 쓰는 것이 표준 표기법이면, vitamin C는 비타민 시인가? 그런데 아무도 비타민 시라고 안하는지 모르겠다.

  모두들 비타민 씨라고 하지 않나? 사실 city는 씨티가 맞고 science는 싸이언스라고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이 필자는 더 좋다고 본다. 자연스럽게 소리나는 대로...

  억지로 무언가를 통제하려고 들면, 반드시 그 역작용이 일어난다. 마치 4대강을 파면 강이 썩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국어원의 노력으로 s sound를 훨씬 부드럽게 'ㅅ'소리로 대체했더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바로 ㅅ소리가 s sound로 대체되는 위험한 조짐이 보인다. 그래서 '노들섬'이라는 한강의 섬은 영어로 'Nodulseom'이라고 하고 '노들썸'이라고 읽게 된다. 지하철을 타고 안내방송을 잘 들어보기 바란다. 이제 우리의 'ㅅ' 소리는 영어의 s로 1:1 대응 관계가 성립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s sound가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바람을 내보는 소리로 'ㅆ'에 가까운 소리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s가 'ㅅ'소리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경우는 s다음에 자음이 오는 경우에 한한다. strike는 스트라이크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소리다.

  국어연구원은 영어의 된소리를 한국어의 예삿소리로 옮기면 한국인이 부드럽게 말하게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결과는 그 반대일 수도 있음을 이제부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즉 밤섬도 밤썸이라고 부르고 사이좋게를 싸이좋게라고 말하는 등 한국어에서 예삿소리가 사라지고 모두 된소리만 남으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런 문제는, 영어에서 혹은 외국어에서 하나의 알파벹을 하나의 소리와 1:1대응 시키는 국어연구원의 획일성에 기인한다고 본다. 이는 서울사투리를 표준말이라고 정해놓고 모든 다른 지방의 사투리를 멸시하는 현재 정부방침과 일맥상통하는 입장이다.

  사실 하나의 철자가 하나의 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 표음문자인 우리말조차도 연음, 자음접변 등의 소리변화로 인해 실제로는 철자와 다르게 소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우리 고대 국가 중 하나인 '신라'는 영어로 'Shinra'라고 철자대로 쓰는 것이 원칙이 아니라 'Shilla'라고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하물며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자율성이 많은 영어를 비롯한 다른 나라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이렇게 s는 언제나 'ㅅ'으로 옮겨 적으시오...라는 획일적 정책은 결국 국적없는 조어를 탄생시키게 될 뿐 아니라 결국 우리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ㅅ소리 ㅆ소리 모두 영어로는 'ㅆ'에 가까운 s소리로 굳어질지도 모를 이 위기에서 ㅅ라고 쓰고 ㅆ으로 소리내는 현상까지 가기 전에 국어연구원의 경직된 자세가 바뀌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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