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8일 토요일

영어 사용자와 우리말 사용자의 문화차이 1: 귀인 오류

심리학적 개념에는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기본적 귀인 오류)라는 것이 있다. 이는 사람들이 다른 이의 행동을 보고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생각해 볼 때 많은 경우 그가 처한 환경을 고려해서 생각하기 보다 그의 행동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성격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일컫는 개념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얼마나 많이 내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가? 하지만 타인의 행동의 원인을 생각할 때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아서 이를 심리학적 '오류'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귀인'이라는 말은 '어떤 행동의 원인을 찾는다'는 뜻인데 일반독자가 느끼는 생소함에 비례해서 이 말이 일본학자들이 attribution을 번역한 일본식 한자어를 그대로 한국 심리학자들이 가져다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한표 건다.

지난 글에서 우리말 사용자들은 꼭 '도둑놈이야'라고 명시하지 않아도, 즉 '도둑질을 했대'라는 일회성 행동 표현만으로도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을 도둑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를 제기 했었다. 즉, 명사적 표현은 추상성이 높고 동사적 표현은 추상성이 낮다는 것은 영어에 국한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의심과 관련해서 한가지 더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그것은 영어사용자 혹은 서구의 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미국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보면 그 행동이 심지어 어쩔수 없이 한 행동이었다고 해도 그 행위자의 성격 혹은 내면적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포함하여 동양인들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말 사용자 혹은 한국인들은 그런 성향이 더 낮다고 한다. 즉 한국에서는 상황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에 누가 어떤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의 이유가 무턱대고 그 사람의 내적 특성에 있다고 보기 보다는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거의 동시에 비슷한 비중으로 혹은 최소한 미국인들보다는 더 깊이 있게 고려하는 문화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특히나 나이 많으신 분들은 일일 연속극을 보고 그 이야기 속에서 악역을 맡은 배우를 미워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저런 나쁜... 이라고 욕하면서. 혹 만나기라도 하면 직접 이야기 속의 악행과 관련하여 혼을 내는 일도 있다는 소문도 듣는다. 하지만 그 배우는 그것이 역할이어서 그런척 했을 뿐이지, 그 이야기 속에서 그 배우의 행동이 그 사람의 실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렇게 이야기 속에서 역할과 그 배우의 성격을 혼동하는 '기본적 귀인 오류'는 해당 배우의 상황을 매우 곤란하게 만든다.

필자가 볼 때 연속극의 역할과 배우 본인의 성격을 헷갈리는 경향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더 많을 것 같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문화차이의 역전은 일일 연속극과 같은 방송매체의 역사가 미국에서 더 오래되었으며 따라서 미국인들에게는 훨씬 더 익숙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방송문화는 미국보다 훨씬 더 최근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이 부분이 낯선 한국의 노인분들에게는 이야기 속의 역할과 그 역할을 하는 배우 본인 간 경계가 모호해서 그 둘이 같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젊은 세대들은 이야기 속 역할이 그 배우의 특성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악역이라도 연기를 잘했냐 못했냐를 놓고 평가하는 경향이 더 강하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이렇게 보면 기본적 귀인 오류의 문화차이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