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은 맥락적인데 반해 영어는 수학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대표하는 말이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보아야 한다'와 같은 표현이다. 이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영어에서는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주어 서술어가 문장 초반에 나오지만 우리말에서는 술어가 문장 맨 마지막에 위치하기 때문에 끝까지 들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장의 맨 마지막에서 문장의 전체 뜻이 모두 바뀔 수 있다면 맥락적이라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영어는 그렇지 않을까?
이러한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하는 대표적 예가 우리말 사투리에 존재하는 "갸가 갸가가?'라는 표현이다. 우리말에서는 가와 갸 단 두글자만으로 이렇게 복잡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니 얼마나 맥락적이란 말인가!? 이 외에도 우리말에서 주어가 쉽게 생략되지만 영어에서는 그런 주어가 대명사로 대치되어 반드시 문장에 명시되는 점 등이 우리말은 맥락적이라서 어렵지만 영어는 기계적이고 수학적이라서 단어만 많이 알면 주어, 동사, 목적어 중 해당 위치에 적절히 끼워넣기만 하면 영어를 잘하게 될 수 있을 것과 같은 환상을 불어 넣는다.
과연 그럴까?
첫째, 위 주장 중 주어와 술어의 위치를 따지는 주장은 우리말과 영어에서 문장의 중요한 요소 중 목적어의 위치는 생략한 논리이다. 즉, 자기 확신적 확증 오류가 아닌가. 우리말에서는 술어가 나중에 오지만 영어에서는 목적어가 나중에 온다. 술어로 인해 우리말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면 목적어는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지 않는단 말인가? 영어는 목적어 때문에 끝까지 들어야 메세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도 같은 논리로 성립하게 된다.
물론 영어의 문장구조를 볼 때 목적어의 위치가 문제가 아니라, 문장을 길게 만드는 데 가장 기여하는 부사구의 위치를 문장의 후반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이 문장주요성분 전반위치 주장에서 더 중요하게 취급되었을 수 있다. 우리말에서는 부사구가 항상 술어 앞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분명 이 부분은 영어의 장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논거에도 허점은 많다. 예를 들어, 주어나 목적어가 구를 이룰 때 영어에서는 가주어나 가목적어를 내세워 실제 주어나 목적어 부분을 문장의 맨 마지막에 위치하게 작문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어에서는 술어가 아니라 주어나 목적어 때문에 문장을 끝까지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
또한 영어에서 마지막에 위치하게 되는 부사구가 문장 전체의 의미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주어 동사가 문장 앞에 위치했다고 해서 메세지 전달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사구를 끝까지 들어야 화자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즉, 필자는 영어도 끝까지 들어봐야 화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떤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그 말을 끊고 자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무례하다고 취급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필자의 주장이 그리 크게 잘 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음으로 '갸가 갸가가'나 '거시기'와 같이 맥락을 공유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 우리말에 많다는 주장이다. 얼마나 우리말이 영어보다 더 맥락적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는지... 평소에는 사투리라고 멸시하며 표준어를 써야 한다고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우리말이 맥락적이라고 주장할 때만 되면 난데없이 사투리를 들고 나온다. 필자는 이렇게 우리나라 언어 자산인 사투리를 멸시하지 않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환영이지만, 역시 이러한 고정관념은 우리나라 말은 사투리까지 모두 알고 영어는 책으로만 배워서 생기는 지식의 비대칭성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영어에도 우리말의 '거시기'와 같은 표현이 존재한다. 영어사용자들은 말이 막힐 때 흔히 'thing' 또는 'something'으로 자기가 하려던 표현을 대신함으로써 우리말에서 '그거 있잖아'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에 대한 사투리... 거시기는 thingiy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우리말에서 주어생략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맥락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어생략은 영어에서도 빈번히 일어난다. 영어사용자들끼리 친구 사이에서는 주어는 물론 심지어 동사까지 모두 생략한다... 영어로 친구한때 점심 먹자고 이야기할 때 우리가 책에서 배운 것처럼 'Would you like to have lunch with me?'라고 하지 않는다. would가 들어가는 표현은 교수님한테 혹은 낯선 사람에게 물어볼 때나 사용하지 친구끼리는 'lunch?'라고 한마디 하면 된다. 이것을 우리 말로 번역하면 '밥 먹을래?'쯤 될 것이다. 우리말의 밥 먹을래도 이것이 점심인지 저녁인지 같이 먹자는 것인지 밥 남았으니 너 혼자 먹으라는 소리인지 맥락을 이해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영어의 lunch와 같은 경우도 점심을 먹었냐는 소리인지 같이 먹자는 소리인지 이해하려면 맥락을 알아야 한다.
갈수록 한국이 세계화되어 가고 국내에 외국인들 수도 늘어나고 아이들도 이전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외국어를 접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고정관념은 약해질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심지어는 외국에서 살아도 보고 외국어도 아주 잘 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에 얼마나 깊이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자신의 경험도 이러한 습관을 이기지 못하니 말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하는 대표적 예가 우리말 사투리에 존재하는 "갸가 갸가가?'라는 표현이다. 우리말에서는 가와 갸 단 두글자만으로 이렇게 복잡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니 얼마나 맥락적이란 말인가!? 이 외에도 우리말에서 주어가 쉽게 생략되지만 영어에서는 그런 주어가 대명사로 대치되어 반드시 문장에 명시되는 점 등이 우리말은 맥락적이라서 어렵지만 영어는 기계적이고 수학적이라서 단어만 많이 알면 주어, 동사, 목적어 중 해당 위치에 적절히 끼워넣기만 하면 영어를 잘하게 될 수 있을 것과 같은 환상을 불어 넣는다.
과연 그럴까?
첫째, 위 주장 중 주어와 술어의 위치를 따지는 주장은 우리말과 영어에서 문장의 중요한 요소 중 목적어의 위치는 생략한 논리이다. 즉, 자기 확신적 확증 오류가 아닌가. 우리말에서는 술어가 나중에 오지만 영어에서는 목적어가 나중에 온다. 술어로 인해 우리말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면 목적어는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지 않는단 말인가? 영어는 목적어 때문에 끝까지 들어야 메세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도 같은 논리로 성립하게 된다.
물론 영어의 문장구조를 볼 때 목적어의 위치가 문제가 아니라, 문장을 길게 만드는 데 가장 기여하는 부사구의 위치를 문장의 후반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이 문장주요성분 전반위치 주장에서 더 중요하게 취급되었을 수 있다. 우리말에서는 부사구가 항상 술어 앞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분명 이 부분은 영어의 장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논거에도 허점은 많다. 예를 들어, 주어나 목적어가 구를 이룰 때 영어에서는 가주어나 가목적어를 내세워 실제 주어나 목적어 부분을 문장의 맨 마지막에 위치하게 작문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어에서는 술어가 아니라 주어나 목적어 때문에 문장을 끝까지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
또한 영어에서 마지막에 위치하게 되는 부사구가 문장 전체의 의미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주어 동사가 문장 앞에 위치했다고 해서 메세지 전달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사구를 끝까지 들어야 화자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즉, 필자는 영어도 끝까지 들어봐야 화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떤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그 말을 끊고 자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무례하다고 취급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필자의 주장이 그리 크게 잘 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음으로 '갸가 갸가가'나 '거시기'와 같이 맥락을 공유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 우리말에 많다는 주장이다. 얼마나 우리말이 영어보다 더 맥락적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는지... 평소에는 사투리라고 멸시하며 표준어를 써야 한다고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우리말이 맥락적이라고 주장할 때만 되면 난데없이 사투리를 들고 나온다. 필자는 이렇게 우리나라 언어 자산인 사투리를 멸시하지 않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환영이지만, 역시 이러한 고정관념은 우리나라 말은 사투리까지 모두 알고 영어는 책으로만 배워서 생기는 지식의 비대칭성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영어에도 우리말의 '거시기'와 같은 표현이 존재한다. 영어사용자들은 말이 막힐 때 흔히 'thing' 또는 'something'으로 자기가 하려던 표현을 대신함으로써 우리말에서 '그거 있잖아'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에 대한 사투리... 거시기는 thingiy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우리말에서 주어생략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맥락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어생략은 영어에서도 빈번히 일어난다. 영어사용자들끼리 친구 사이에서는 주어는 물론 심지어 동사까지 모두 생략한다... 영어로 친구한때 점심 먹자고 이야기할 때 우리가 책에서 배운 것처럼 'Would you like to have lunch with me?'라고 하지 않는다. would가 들어가는 표현은 교수님한테 혹은 낯선 사람에게 물어볼 때나 사용하지 친구끼리는 'lunch?'라고 한마디 하면 된다. 이것을 우리 말로 번역하면 '밥 먹을래?'쯤 될 것이다. 우리말의 밥 먹을래도 이것이 점심인지 저녁인지 같이 먹자는 것인지 밥 남았으니 너 혼자 먹으라는 소리인지 맥락을 이해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영어의 lunch와 같은 경우도 점심을 먹었냐는 소리인지 같이 먹자는 소리인지 이해하려면 맥락을 알아야 한다.
갈수록 한국이 세계화되어 가고 국내에 외국인들 수도 늘어나고 아이들도 이전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외국어를 접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고정관념은 약해질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심지어는 외국에서 살아도 보고 외국어도 아주 잘 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에 얼마나 깊이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자신의 경험도 이러한 습관을 이기지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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