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런말까지 들어봤다.
중국인들은 영어를 쉽게 배운다. 왜? 어순이 같잖아! 중국어와 영어는 비슷해...
그래서 필자가 대답했다.
아니 중국어는 표의문자이고 영어는 우리말과 같이 소리문자인데, 어떻게 중국어와 영어가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냐? 게다가 영어는 소리가 굴러가는데 중국어는 우리말처럼 딱딱 끊어지잖아!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무슨 소리야! 중국어가 얼마나 굴러가는데... 영어와 소리가 똑같아!
필자는 이 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필자가 볼 때 이 분은 자신이 어려워하는 영어가 우리말과 다르다는 믿음을 확신하기 위해 온갖 증거를 왜곡하는 능력까지 발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분의 주장이 요점을 벗어나긴 했지만 사실 영어와 중국어가 어순 이외에도 비슷한 점이 꽤 있다. 그런데 이렇게 비슷한 영어와 비슷한 중국어를 배우는데 영어를 배울 때와 비슷한 정도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 이유가 뭘까?
사실 영어가 우리말과 어순이 다르고 발음도 달라서 어렵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사실 많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중국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인데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뭘까? 중국어는 기껏해야 글자 외기가 어렵다 정도??
훈민정음을 보면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니르고저 홀 베 있어도...(갈수록 정확성이 떨어지니 이쯤에서 중단한다ㅜㅠ)
과거 우리가 한자, 즉 중국어를 관공서 공용어로 사용할 때 세종은 백성들이 이 외국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정부와 민초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점을 몹시 안타까워했다는 점을 알수 있다. 이렇게 우리말과 중국어가 달랐다는 사실, 세종은 이해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한자 문화권이라고 주장하고 이제 한자어는 외국어가 아니라 우리말, 국어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방어까지 치면서...
정말 그럴까? 우리말은 조선시대 보다 훨씬 한자어, 중국어에 가까워져서 이제 중국어는 글자 빼고는 별로 어렵지 않은 걸까? 심지어 중국어와 영어의 어순이 같은데!? 심지어 중국어에서도 r과 l, p와 f소리의 구분이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중국어 이야기하면서 발음 어렵다는 말도 별로 하지 않을까??
필자가 볼 때 우리가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바로.... 영어를 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중국어가 어렵다는 인상이 적은 이유는 중국어는 필수외국어가 아니라 선택외국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중국어를 하는 사람도 그 수가 영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얼마나 깊이 들어가느냐도 영어가 더 깊기 때문에 중국어가 어렵다는 인상은 전국민이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영어는 제1외국어,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 외국어이다. 그래서 이렇게 어렵다 저렇게 어렵다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반면 일본어 같은 경우는 어순이 같다, 발음도 비슷하다 하면서 배우기 쉽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일본어를 정말 잘하는 사람에게 가서 물어보라. 그 사람은 절대 일본이 쉽다는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 일본어의 경우 한자를 읽는 방식 영어를 읽는 방식이 모두 다르고 어쩌구 저쩌구...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언어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배우면 배울수록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많은 언어학자들이 외국에서 아이가 자라면 이중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현실은 영어권 국가에서 자란 한국아이가 대학에서 레프트를 쓸 만큼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거나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의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아이의 언어발달이 지체되어 학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이다.
뭔가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느껴지지 않는가?
여기에서 해당 언어 전문가와 한국인들이 말하는 '언어를 잘한다'라는 개념에 갭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언어 전문가가 한 외국에서 자란 아이는 두 언어가 모두 자유롭다는 소리는 슈퍼에가서 물건 사고 우체국 가서 우편물 부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의사소통이 되니 잘 하는 것 아닌가?! 때때로 우리가 외국의 아이들이나 심지어 거지도 영어를 잘하는데...하면 한탄할 때, 사실 우리도 그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감탄하는 것이지 그들이 대학 레포트를 쓸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이나 우리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뉴스 아나운서처럼, 아니면 무역현장에서 외국업자들과 협상을 할 수 있는 수준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이 정도 수준을 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실 이런 정도의 언어구사는 모국어라고 해도 어렵다. 의심이 가면 한 번 옆집 사장님과 쓰레기 버리는 장소에 대해서 협상을 해보시라. 협상의 언어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지방 사투리도 잘 배워서 해당 지방 원어민처럼 구사하려면 어렵다! 한번 경상도말, 전라도말 배워보시라! 처음 들어갈 때 억양부터 얼마나 어려운지!
조선 시대에서 중국어가 공용어였다! 얼마나들 잘 하고 싶었을테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따라서 중국어가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따라서 우리가 영어를 어려워하는 것은 영어의 어순이 달라서...도 한 몫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근본원인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가 영어를 잘하고 싶은 그 욕망에 있는 것 같다.
원인은 찾았으나 해결책이 없다. 잘하고 싶다면 끝까지 어렵고 평생 배워야 한다. 다른 금도는 없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