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9일 월요일

언어습관에도 식민잔재가 남아 있다.

  이왕 우리말에 영어든 한자어든 어떤 식으로든 일본어의 침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고 싶다.

  필자는 대표적 일본어투로 떠올리는 소설 제목이 하나 있다.

  혈의 누.

  이 소설은 우리나라 사람이면 직접 읽어보진 않았다 하더라도 제목 정도는 누구나 알 것 같다. 물론 이 소설이 일제시대에 쓰여진 것이었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가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처럼 당시 소설 제목에 일본어 영향이 좀 있었던 것 가지고 이 소설의 원작자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게다가 소설의 제목이나 시에 쓰이는 언어는 우리말 어법을 조금 어긋나더라도 이를 허용해주는 '시적 허용' 범위에 들어간다고 보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내가 이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필요한 소유격 조사 '의'를 붙이는 언어 습관이 이 시적 허용 범위를 넘어서 우리 일상 언어 생활이나 심지어 관공서 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것이다.

  역시나 시적 허용 범위에 들어가지만 벌써 십년도 더 전에 동일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 진 적이 있었다. 영화 '혈의 누'! 필자가 좋아하는 차승원 주연!! 물론 소설과 영화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즉 한 번 만들어져서 유명세를 탄 제목은 이렇게 다른 형식으로도 복제됨으로써 그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 왜 영화제목만이라도 좀 더 우리 말에 가깝게 바꾸지 않았을까? 내가 볼 때 영화 관계자들이 일본어의 영향이라는 문제를 의식하지 못했다고 본다.

  말이 나온 김에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이 소설의 제목을 좀 더 우리말에 가깝게 바꾼다면?

  혈누!

  얼마나 간단한가!!

  그렇다면 시적허용을 벗어나 우리말에 공해가 되고 있는 일본식 소유격 조사의 예를 들어 보자면...

  압제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난 후, 조선시대로의 여행, IT 분야로의 진출을 원한다....

  어떠한가? 불편한가??

  위 표현들이 불편하지 않다면 당신은 이미 일본식 표현에 아무 의식 없이 빠져 있는 상태라는 진단을 알려드립니다...

  그렇다면 위 표현을 우리 어법에 맞게 바꾸어 보자.

  압제에서 해방되기 위해,  서로 안부를 묻고 난 후,  조선시대로 떠나는 여행, IT 분야로 진출하기를 원하다

  다시 묻는다. 어떠한가? 더 편하지 아니한가??

  필자는 절대 '의'라는 소유격 조사를 사용하기만 하면 무조건 일본어 어투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의'라는 조사는 우리말에도 자연스럽고 나름 기능을 가진 문장 성분이라는 점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위에서 열거한 예처럼 쓰지 않아도 되는 곳에 굳이 '의'를 덧붙인다던가 부자연스럽게 반복한다던가 하는 식의 잘못된 사용이 바로 일본어 습과에서 온 식민잔재임을 알리고자 할 뿐이다.

  예문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자.
  those difficult procedures of the military system of the united states

  독자라면 어떻게 번역하시겠는가?

  1. 그러한 미국 군사체계의 어려운 절차

  어떠한가?

  그렇다면 다음 번역은 어떻게 평가하시겠는가?
  2. 그러한 미국의 군사체계의 어려운 절차

  많은 독자들이 이미 깨달았겠지만, 2번 번역은 일본어, 영어의 번역체이다.

  다시 말하지만 필자의 주장은 '의'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필요한 '의'를 반복사용하는 것이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다는 것이고 우리 말은 우리 어법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아니 하겠는가!!!하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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