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3일 목요일

문화 차이 3: 기침 예절, Bless You!

  코로나19 때문에 거리가 한산하고 평소에 줄 서서 먹던 식당에서 주문하기가 편해졌다. ㅎ~ 필자는 CDC가 마스클 쓸 필요 없다고 발표한 이래 마음을 편히 먹고 살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질병에 걸릴 것인가 말것인가가 아니라 이 유행이 끝나면 과연 한국사람들이 기침에 대처하는 방법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것이다.

 현재  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기침이나 제체기를 할 때 특별히 무엇으로 가릴 필요가 없지만, 이 유행이 끝나면 과연 한국사람들이 기침에 대처하는 방법이 변할지 의문이다.

  필자가 경험하기로 최소 열흘 전까지만 해도 도서관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도 없고 옷소매로 가리지도 않고... 심지어는 그 악명 높은 손으로도 가리지 않고 기침을 콜록콜록 2-3분마다 한번씩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는 CDC발표도 없어서 심지어 필자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물론 한 두시간 지나자 그 사람도 마스크를 쓰긴 썼다. 그런데 진짜 이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예민해져 있던 그 시기에 진정 아무것으로도 가리지 않고 두어시간을 콜록대던 그 사람을 보면서 필자는 한국인의 기침 예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가 한국인의 기침예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였다. 그 하나가 필자가 호주에서 알게된 지인들이 기침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은 기침을 할 때 물론 절대 손으로 가리지 않았지만 손목 부분 옷소매로 가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기침을 할 때 위팔 안쪽으로 입을 가리는 방식을 취했다.

  그 방식이 필자에게는 어찌나 충격적이었던지. 무엇보다 그런 방식으로 기침이나 제체기에 대처하는 모습을 처음 보아서 받은 문화충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바로 위팔 안쪽이 우연이라도 타인과 접촉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부위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두번째 계기는 필자가 호주의 한 패스트푸드 점에 갔을 때 한 동양인 손님이 햄버거를 사러 줄을 서 있다가 기침을 했을 때 그 뒤에 서 있던 유럽계 호주인의 반응을 보았던 때였다.

  당시 그 동양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바로 그 모습대로 아무것으로도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을 했다. 물론 앞에 사람이 이 서 있으니까 몸을 옆으로 틀어 그 사람 딴에서 타인에게 침이 튀기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아래쪽을 보면서 재채기를 한 것이다.

  그러자 그 뒤에 서 있던 호주인의 얼굴이 오만상으로 찌그러지더니 그 동양인에게서 몇발짝 물러나서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매니저를 찾아 저 동양인을 내쫓아 달라고 호소라도 할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이미 햄버거를 산 상황이어서 그 상황을 조금 멀리서 지켜 볼 수 있었는데, 그 동양인이나 호주인 모두 너무 이해가 가서 안타까웠다.

  사실 서구문화에서 패스트라는 전염병에 대한 기억은 참혹하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기침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믿음이 확고하고 그 만큼 기침에 대한 예정이 철저하다.

  오죽하면 가족이나 친구 뿐 아니라 모르는 옆 사람이 기침을 해도 Bless you!라고 신의 가호를 최소한 행운을 빌어주는 것이 예절이 되었을까?

  반면 동양에서는 패스트라는 질병을 모른다. 기침하는 거야 대부분 감기일 뿐이고 물론 폐렴으로 사람이 죽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사람이 떼로 죽어나가는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단 말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말에서 아주 친근하게 찾을 수 있듯이 우리가 경험한 무서운 전염병은 염병이라고 불리었던 장티푸스. 이러한 역사가 있었기에 우리 마음 속에는 기침보다는 설사를 훨씬 무서워하게 되었던 것 같다.

  즉 우리에게 설사는 만병의 근원이고 누군가 열이 나면 그때부터 걱정해야 하지만 기침 정도 가지고 무슨...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인들이, 혹은 동양인들이 기침에 대한 예절을 잘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아니다.

  그보다 왜 우리는 기침에 대한 예절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고찰이었다. 그래서 여태껏 사람들은 기침을 할 때 상대방을 향해서 하지만 않으면 가리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고 손으로 가리는 잘못된 규범도 한 동안 정착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사스부터 시작해서 여러 기침을 통한 침방울, 비말로 감염되는 신종 전염병이 많아지면서 우리에게도 이제 기침 예절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쳐도 이제 중요해 졌으니 이왕 할 거 확실하게 하자는 것이 바로 필자의 주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침할 때는 옷 소매로 가리라는 현재 우리 질병당국의 지침도 부족하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이 우연히라도 손 대지 않을 바로 위팔 안쪽 옷으로 가리고 기침을 하라는 기침 예절 어떠한가?

댓글 3개:

  1. 바로 어제 또 다시 심지어 손목부분 옷소매로도 막지 않고 기침을 하는 사람을 목격했다. 아직 기침 예절이 정착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CDC와 다르게 마스크를 일반사람들도 쓰도록 규정하는 우리 질병관리국이 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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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기침이 예전과 다르게 점점 무섭게 느껴지고 있어선지 마음에 확 와닿네요. 많이 알려지고 전파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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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서구의 팬데믹 상황을 보니 옷소매로 가리는 것도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데는 한 없이 부족하군요... 역시나 과학적 근거는 없이 그저 습관에 따른 차이를 과대 해석했던 모양입니다. 기침 예절과 무관하게 이제는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비말이 차단된다는 새로운 교훈을 배워야 할 때 같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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