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2일 수요일

최악의 영화제목: 노 브레씽?? No Breathing 노 브리딩 vs No Breath 노 브레ㄸ

이제 곧 설 연휴이다. 연휴에는 의례 영화소비가 늘어나는 데 요새는 영화관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 처럼 보인다. 뭐, 각자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되는 것이지...

그런데 연휴에 볼 만한 영화를 찾아보다가 눈에 거슬리던 영화가 하나 있어 오늘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 영화는 바로바로 '노 브레씽'. 몇년 전 나온 무슨 수영대회 국가대표 이야기인데, 처음 제목을 듣자마자 필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노 브레씽, 어느 나라 말인가?

심지어 국어 연구원에 따른 표준 표기조차도 노 브레싱이다! 물론 이 표준 표기도 어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 표준 표기와도 그렇다고 영어의 발음을 제대로 옮겨놓은 것도 아닌 '노 브레씽'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 글을 쓰며 혀를 차고 있자니 갑자기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에 있다는 '로텐다'홀이 생각난다. 미국 국회에 있는 돔 형식의 로비 Rotunda를 카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홀의 영어 발음은 '로턴더'이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 '로텐다'라는 말은 어디서 생겨난 것이란 말인가?

필자가 일본출처를 의심해서 뒤져봤는데, 일본에서 잘못 발음된 것이 들어온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짝퉁이 이름 살짝 바꾸듯이 우리가 이름을 바꾼 것은 아닐까? 바로 노 브레씽처럼?!

영어 표현을 살펴보면 Breathe 숨쉬다라는 동사는 두 가지 형태로 명사적 바꾸어 표현할 수 있다. 그 하나가 이 동사의 명사 Breath, 다른 하나가 이 동사의 현재진형형과 일치하는 명사형 변형 Breathing이다.

그런데 이 두 명사형의 발음이 달라진다는 데에서 오늘의 영화 제목의 문제점이 발생한 것 같다. 이 Breathe라는 동사의 발음을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가장 적절한 발음이 '브리드'정도 된다.

그런데 명사 Breath는 브레ㄸ(구글의 한글 자판이 ㄸ의 받침 표현을 허락하지 않아서 이렇게 표기됐음을 유념할 것)정도이다. 영화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는 브레쓰라고 표기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Breathing은 동사에서 변형을 취한 것이기 때문에 브리딩이라고 읽는 것이 맞다.

그러니 오늘의 영화의 제목은 사실 두 가지 표현이 가능하다. 명사를 제목에 썼으면 No Breath 노 브레ㄸ! 일반적 표현을 존중해서 브레쓰! 심지어 국어원에서 주장하듯 브레스도 쳐주겠다.

반면 수영하고 있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어서 동사를 명사형으로 변형했으면 No Breathing 노 브리딩이라고 영화 제목을 지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국립국어연구원이라는 곳에서 th는 무조건 'ㅅ'으로 표기하라는 표준령을 내린 것 같다.

그러니 Breath도 브레스 Breathing도 브레싱??

그런데 대중적으로는 자장면보다 짜장면이 더 많이 사용되듯이 영화는 대중화가 생명이니까 다시 브레씽!

이렇게 국어연구원도 싫어하고 영어 발음하고도 전혀 맞지 않는 영화제목이 탄생했다. 노 브레씽!! 그 옆에 영어 표현이라도 No Breathing라고 적지 않았다면 필자가 어떻게 이런 이상한 제목이 탄생했는지 추측하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렸을까?

지금 우리가 국회의 로턴더 아닌 로텐다를 보면서 의아해 하듯이 혹 나중에 누군가 이 영화제목을 보고 의아해하면 이 글을 보고 어떻게 우리 국어 표현이 국어 연구원에 의해서 망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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