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 따른(동사형 우리말과 명사형 영어) 편견의 차이를 다루는 이전 글에서 언어가 심리에 영향을 끼친다는 Sapir–Whorf hypothesis(사피어-워프 가설)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믿음이 우리말에 존댓말 전통이 강해서 우리사회에 서열문화가 강하다는 것이다. 마치 존댓말을 없애 버리면 서열문화가 약해질 것처럼. 그러다 반말로 통일할 것이냐 존댓말로 통일할 것이냐를 놓고 논쟁하다가 결론을 못 보고 흐지부지하는 전형적 탁상공론이 심지어는 우리시민사회를 대표한다고 볼수 있는 두뇌들이 모여 잡담하는 알쓸신잡 6회( 2017년 7월 7일 방송)에서도 일어났다.
그러나 필자는 묻는다. 과연 그럴까? 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서열 문화가 강해서 존댓말 전통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것은 아닐까? 사실 필자는 한국인들의 서열에 대한 욕구는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점점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점점 강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요새 일상생활에서 손님에게 물건을 팔 때 물건에도 존대를 하지 않으면 손님들이 왜 반말 하냐고 따지는 일이 드문일이 아니고 대학에서 후배들에게 군기를 잡겠다고 선배를 대할 때는 어떤 용어를 써라 옷은 어떻게 입고 다녀라 등등을 비롯해 과거 군대나 체육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얼차례까지 등장했다는 뉴스를 보면 그런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
물론 과거 9년 동안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사실상 민주주의가 후퇴했으므로 어쩌면 서열에 대한 욕구는 민주주의 후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대학문화와 관련해서도 과거 1990년대만 해도 전체 청소년의 20%미만만이 대학을 간 반면 요새는 한 80%정도가 대학을 간다고 하니... 대학 문화가 고등학교 문화처럼 (과거에는 사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대략 80%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혹시 아시는 분?) 변화한 것은 아닌지 싶다.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기억을 되짚어 보면 1학년에서 3학년 선배는 그야 말로 하늘이었고 이 신념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후배는 가차없이 응징되었으니 현재 일부 대학문화와 아주 비슷하지 아니한가?!
예를 들면 이런 뉴스처럼 말이다.
"선배 보면 뛰어와서 폴더 인사"..여전한 대학내 '군기 잡기 ' https://news.v.daum.net/v/20190324070023079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에게 실망스럽게도 영어에는 존대어가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Thee, Sir, Mr., Ms, Would you 등을 제외하고라도 화자가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면 청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려워하는지 친하게 생각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을 하자면 영어에서 주어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그 표현은 존대 표현이 된다. 만일 누군가 당신에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느낌이 어떤가?
Do you have a pen by any chance?
물론 아무 느낌이 없을 수 있다. 그냥 펜 있냐고 물어보네... 정도? 그런데 다음과 같이 상대방이 물어봤다면 어떨까?
Got a pen?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 두 문장을 잘 구분하지 않고 번역하기 때문에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고 다 반말이다... 왜냐하면 you가 반말이니까!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you도 상황에 따라 '너'로도 번역되고 '당신'으로도 번역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다시 위 두 표현으로 돌아가서 제대로 어감을 살려 번역해 보면, 위 문장은 '혹시 펜이 있으십니까?' 정도로 번역 가능하고 아래 문장은 '펜 있냐?'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다시 위 두 문장을 보자. 느낌이 오는가?
여기서 응용문제! 만일 당신이 유학을 가서 교수님에게 펜을 잠시 빌려쓰고 싶을 때는 어떻게 물어야 할까요?
자, 이제 당신의 판단은 어떠한가? 영어에 존대말이 없는가?
흔히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서는 존대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필자는 알려주고 싶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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