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도 매우 맥락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지난 한국어만? 시리즈를 써왔다. 우선 영어에서 행위자의 생략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수동태 뿐 아니라 영어에서는 무생물 주어를 내세워 실질적 행위자를 가리는 경우도 많다. 사실 무생물 주어가 나오는 문장은 문장만 수동태가 아니지 수동태 문장처럼 행위자가 아닌 존재가 주어로 등장하여 문장이 구성된다. 이 경우 한국어로 번역할 때 골치 좀 아프다. 많은 경우 실질적 주어를 글의 맥락에서 찾아내어 명시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한국어가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어 버금간다고 해 줄 수는 있지 않겠는가?
또한 sometimes 부사 하나가 문장의 끝에 와서 문장 전체의 의미를 모두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설마 영어와 한국어만 이렇게 맥락적이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모든 언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국어가 맥락적이라고 사람들에게 평가될 때, 또 하나 많이 언급되는 표현이 바로 한국말은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또한 우리가 가지는 한국어와 영어에 대한 정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대표적 표현으로 한국어에서 '거시기'라고 하면 거의 모든 것을 지칭할 수 있으니, 해당 맥락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가갸가갸갸?'라는 표현은 어떤가. 정말 기가 막히게 단 두가지 소리 가와 갸로 '저 아이가 그 아이냐?'라는 표현을 대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영어에는 이에 대응하는 표현이 없을까...라는 것이다.
영어에서 '거시기'에 견줄 수 있는 표현은 something이나 thingy를 들 수 있다. 영어 화자들이 뭔가를 이야기 하고 싶은 데 해당하는 물건이나 사건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 그것을 something이나 thingy로 대체하여 표현한다. 예를 들어 이름은 생각나는 데 성은 생각나지 않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화자 1: What was her name again?
화자 2: Sam Something, I guess. (쌤 아무개일 껄.)
또 다른 예를 보자.
"And even underage wizards are allowed to use magic if it's a real emergency, section nineteen or something of the Restriction of Thingy ..."
J. K. Rolling이 지은 그 유명한 소설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에 나오는 표현이다. 해리와 론이 곤경에 처하자 마법을 써서 해결하자고 론이 주장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인데, 해석하자면 '그리고 거시기 제한법 19조인가 머시기에 따르면 진짜 위기상황일 때는 미성년 마법사도 마법을 쓰는 것이 허용된다구'정도. 문장 작성법에서 서두를 and로 연결하는 것은 금기시됨에도 불구하고 역시 말할 때는 다 무시된다는 사실부터 확인 가능하다.
이문장에서 우리의 관심사인 'Section nineteen or something of the Restriction of Thingy'는 Decree for the Reasonable Restriction of Underage Sorcery, Section 19 (미성년자의 마법 사용에 대한 합리적 제한에 대한 협약 19조)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여기서 something과 thingy가 모두 나온다.
그렇다면 '갸가갸가가?'에 해당하는 표현도 영어에 있을까? 믿을 수 없겠지만 그렇다!
영어에서 해당 표현을 찾아보면 Is she her?, Is he him?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어화자들은 이런 표현을 정석으로 하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h'를 잘 발음하지 않고 영국에서는 'r'이 첫소리가 아닌 이상 그다지 중요하게 발음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지인 발음 기준으로 위 두 표현을 생각해 보면 "이쉬어?', '이지임?' 정도로 표현 가능하다.
우와, 어떻게 보면 우리말보다 더 간단하다고 해도 할 말이 별로 없다. 따져 보자. '갸가갸가가?'는 ㄱ, ㅑ, ㅏ 이렇게 세가지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에서 'Is she her?'는 i, sh, er이렇게 세 가지(혹자는 z와 sh를 왜 구분하지 않는지 따지고 싶을 텐데, 영어에서 이렇게 비슷한 자음 소리가 겹치면 한 소리만 낸다는 사실 알아두면 좋겠다), 'Is he him?'은 i, z, m 이렇게 세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한국어는 다섯음절인데, 영어는 모두 세음절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어 판정패! 물론 한국어는 남녀 모두에게 쓸 수 있는데 반해 영어는 남과 여를 분리해서 두 가지 표현이 존재하니 이 측면에서는 영어가 판정패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두 언어가 비슷한 정도로 매우 맥락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결론은 무승부!!!
이런 표현들의 맥락적임에 더해 영어에서 대명사의 사용은 영어 표현을 더더욱 맥락적으로 만든다. 아마 한국에서 영어를 주로 글로 배우다 보니 한국어에서는 주어를 생략해서 의마가 맥락적인데 영어에서는 언제나 반복되는 명사는 대명사로 친절히 언급하기 때문에 문장의 뜻이 보다 명확하다는 식으로 배운 지식에 익숙할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영어로 쓰여진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배운대로 언제나 대명사가 언급된다. 그런데 그 대명사가 언제나 바로 전에 나온 명사(사람 이름이든 물건 명칭이든)를 지칭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어쩔 때는 도대체 이 대명사가 무엇을 가르치는 것인지 찾느라고 헤멜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해당 대명사를 생략했을 때 일어나는 우리나라 말의 뜻을 찾는 어려움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사실 우리말에서 반복되는 명사가 생략될 때는 그것이 주어이든 목적어이든 화자와 청자가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 명확할 때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청가가 물어볼 수 밖에 없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
영어도 마찬가지다. 대명사를 쓸 때는 이미 그 대명사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화자와 청자가 명확히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의 전제가 달라서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역시 발생한다.
화자 1: She was so brave that all around her were touched!
화자 2: Who's she? (네가 말하고 있는 걔가 누구야?)
대명사를 썼기 때문에 뜻이 명확하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게다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것 같은 데 한국어로 글을 쓸 때는 대명사보다 해당 명칭을 반복 언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쩜 이렇게 맥락적이지 않고 뜻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지!
또한 sometimes 부사 하나가 문장의 끝에 와서 문장 전체의 의미를 모두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설마 영어와 한국어만 이렇게 맥락적이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모든 언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국어가 맥락적이라고 사람들에게 평가될 때, 또 하나 많이 언급되는 표현이 바로 한국말은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또한 우리가 가지는 한국어와 영어에 대한 정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대표적 표현으로 한국어에서 '거시기'라고 하면 거의 모든 것을 지칭할 수 있으니, 해당 맥락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가갸가갸갸?'라는 표현은 어떤가. 정말 기가 막히게 단 두가지 소리 가와 갸로 '저 아이가 그 아이냐?'라는 표현을 대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영어에는 이에 대응하는 표현이 없을까...라는 것이다.
영어에서 '거시기'에 견줄 수 있는 표현은 something이나 thingy를 들 수 있다. 영어 화자들이 뭔가를 이야기 하고 싶은 데 해당하는 물건이나 사건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 그것을 something이나 thingy로 대체하여 표현한다. 예를 들어 이름은 생각나는 데 성은 생각나지 않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화자 1: What was her name again?
화자 2: Sam Something, I guess. (쌤 아무개일 껄.)
또 다른 예를 보자.
"And even underage wizards are allowed to use magic if it's a real emergency, section nineteen or something of the Restriction of Thingy ..."
J. K. Rolling이 지은 그 유명한 소설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에 나오는 표현이다. 해리와 론이 곤경에 처하자 마법을 써서 해결하자고 론이 주장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인데, 해석하자면 '그리고 거시기 제한법 19조인가 머시기에 따르면 진짜 위기상황일 때는 미성년 마법사도 마법을 쓰는 것이 허용된다구'정도. 문장 작성법에서 서두를 and로 연결하는 것은 금기시됨에도 불구하고 역시 말할 때는 다 무시된다는 사실부터 확인 가능하다.
이문장에서 우리의 관심사인 'Section nineteen or something of the Restriction of Thingy'는 Decree for the Reasonable Restriction of Underage Sorcery, Section 19 (미성년자의 마법 사용에 대한 합리적 제한에 대한 협약 19조)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여기서 something과 thingy가 모두 나온다.
그렇다면 '갸가갸가가?'에 해당하는 표현도 영어에 있을까? 믿을 수 없겠지만 그렇다!
영어에서 해당 표현을 찾아보면 Is she her?, Is he him?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어화자들은 이런 표현을 정석으로 하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h'를 잘 발음하지 않고 영국에서는 'r'이 첫소리가 아닌 이상 그다지 중요하게 발음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지인 발음 기준으로 위 두 표현을 생각해 보면 "이쉬어?', '이지임?' 정도로 표현 가능하다.
우와, 어떻게 보면 우리말보다 더 간단하다고 해도 할 말이 별로 없다. 따져 보자. '갸가갸가가?'는 ㄱ, ㅑ, ㅏ 이렇게 세가지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에서 'Is she her?'는 i, sh, er이렇게 세 가지(혹자는 z와 sh를 왜 구분하지 않는지 따지고 싶을 텐데, 영어에서 이렇게 비슷한 자음 소리가 겹치면 한 소리만 낸다는 사실 알아두면 좋겠다), 'Is he him?'은 i, z, m 이렇게 세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한국어는 다섯음절인데, 영어는 모두 세음절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어 판정패! 물론 한국어는 남녀 모두에게 쓸 수 있는데 반해 영어는 남과 여를 분리해서 두 가지 표현이 존재하니 이 측면에서는 영어가 판정패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두 언어가 비슷한 정도로 매우 맥락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결론은 무승부!!!
이런 표현들의 맥락적임에 더해 영어에서 대명사의 사용은 영어 표현을 더더욱 맥락적으로 만든다. 아마 한국에서 영어를 주로 글로 배우다 보니 한국어에서는 주어를 생략해서 의마가 맥락적인데 영어에서는 언제나 반복되는 명사는 대명사로 친절히 언급하기 때문에 문장의 뜻이 보다 명확하다는 식으로 배운 지식에 익숙할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영어로 쓰여진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배운대로 언제나 대명사가 언급된다. 그런데 그 대명사가 언제나 바로 전에 나온 명사(사람 이름이든 물건 명칭이든)를 지칭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어쩔 때는 도대체 이 대명사가 무엇을 가르치는 것인지 찾느라고 헤멜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해당 대명사를 생략했을 때 일어나는 우리나라 말의 뜻을 찾는 어려움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사실 우리말에서 반복되는 명사가 생략될 때는 그것이 주어이든 목적어이든 화자와 청자가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 명확할 때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청가가 물어볼 수 밖에 없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
영어도 마찬가지다. 대명사를 쓸 때는 이미 그 대명사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화자와 청자가 명확히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의 전제가 달라서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역시 발생한다.
화자 1: She was so brave that all around her were touched!
화자 2: Who's she? (네가 말하고 있는 걔가 누구야?)
대명사를 썼기 때문에 뜻이 명확하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게다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것 같은 데 한국어로 글을 쓸 때는 대명사보다 해당 명칭을 반복 언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쩜 이렇게 맥락적이지 않고 뜻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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