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3일 월요일

쉬어가는 페이지 7: 미국식 영어와 다른 영국식 영어

  요새 갑자기 꽂혀서... 너무 딱딱하게만 이야기 한 듯 싶다. ^_^;; 그럼 재미있는 이야기도 곁들여서 하자.

  우리는 아마 대다수가 이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영어로 Toilet이라고 하면 '변기' 자체를 가르치는 말이기 때문에 '나 화장실 갈래'라고 말할 때 toilet이라고 하면 좀 없어 보이고 Wash Room 혹은 Man's Room or Lady's Room이라고 해야 한다고.

  과연 그럴까?

  위 정보는 부분적으로만 옳다. 미국에서는 화장실을 toilet이라고 잘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하지만 호주나 영국에서는 화장실을 toilet이라고 바로 표현한다. 필자가 얼마나 놀랬는지... 그래서 물어봤다. toilet이 변기를 가르키는 말아니냐고... 그랬더니 그들의 표정이... '얘 뭐래니?' 이정도!? -_-;;

  우리가 발음도 그렇고 미국식 영어를 마치 무슨 표준 영어처럼 배우는 일이 많아서 미국에서 통용되는 상식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있어서 화장실을 toilet이라고 하면 큰일 나는 줄 알게 된 것 같다. 사실 우리가 화장실을 세척실(Wash Room)이라고 하지 않고 또 남자방/여자방(Man's Room/Lady's Room)이라고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가?

  호주인이나 영국인에게 왜 화장실을 toilet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도 외국인이 우리한테 너네는 왜 부엌을 '부엌'이라고 부르니?라고 물어보면 '얘 뭐래니?'정도로 처다볼 밖에 무슨 설명을 해 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혼자 고민하다 필자가 발견한 것은 우리들도 면세점에서 많이 구입하는 향수의 일종으로 Au De Toilette라는 프랑스어이다. Toilette라는 단어는 독일어에도 있는데, 바로 '화장'을 나타내는 말이다. 바로 Toilette이라는 단어가 영어로 넘어오면서 "toilet"이 되었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실'이라는 단어의 원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단어가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변기'라는 뜻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을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역시 일제시대로 돌아가서 어떻게 '화장실'이라는 말이 생겼는지 조사해 봐야 할 테지만 여기서는 필자의 개인적 추측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혹 누가 영어로 화장실을 toilet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그러면 꼭 물어보자. 왜? 그래서 미국영어 이야기 나오면 '그거 미국이 잘못 쓰는 거야...'라고 해주자. 다른 나라는 다 toilet이라고 하는데,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

  미국식 영어와 다른 표현을 쓰는 영국식 영어 표현이 또 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지 않고 사서 싸가지고 집에 와서 먹고 싶을 때 쓰는 표현을 우리는 대부분 'to go'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만 통용되는 표현되시겠다!

  그래서 호주에 가서 음식 주문할 때 이 표현을 쓰면 상대가 못 알아 듣기 십상이다. 대부분의 호주인들은 미국식 영어를 TV를 통해 접해서 알기 때문에 알아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시다시피 호주가 워홀들의 나라 아닌가. 대부분의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사람들은 워홀로 단기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은 영어 표현 중에 자주 쓰이는 것 밖에 못 알아 듣기 일쑤이다. 그래서, 필자도 호주 체류 초기에 식당에서 깜짝 당황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take away라는 표현을 이미 들은 적이 있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 안 그랬다면 설명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Well, I'd like to get the dish and bring it with me home, blar blar blar...

필자: One Vegi Pizza, please. To go.
Waitress: What?
필자: Well... Hum...(이런 미국식 표현이 안 통하는군. 호주에서 쓰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는데... 뭐였드라...) Take away?
Waitress: Take away! sure!!

  그래서 호주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싸 가지고 갈게요" 영어 표현은 'take away'되시겠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웨이터나 웨이츄리스가 'Eat here or take away?'라고 먼저 물어보는 일도 많으니 이 표현 알고 가자.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 쓰는 'take out'이라는 표현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혹시 또 일본??? 필자는 시도해 본 적 없는 데, 혹 외국에서 이 표현 사람들이 알아듣는지 궁금하다. ㅎ


2018년 4월 20일 금요일

영어에 대한 오해 3: 거시기... 갸가갸가가? 도 영어로 번역이 되나요?? ^_^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도 매우 맥락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지난 한국어만? 시리즈를 써왔다. 우선 영어에서 행위자의 생략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수동태 뿐 아니라 영어에서는 무생물 주어를 내세워 실질적 행위자를 가리는 경우도 많다. 사실 무생물 주어가 나오는 문장은 문장만 수동태가 아니지 수동태 문장처럼 행위자가 아닌 존재가 주어로 등장하여 문장이 구성된다. 이 경우 한국어로 번역할 때 골치 좀 아프다. 많은 경우 실질적 주어를 글의 맥락에서 찾아내어 명시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한국어가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어 버금간다고 해 줄 수는 있지 않겠는가?

  또한 sometimes 부사 하나가 문장의 끝에 와서 문장 전체의 의미를 모두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설마 영어와 한국어만 이렇게 맥락적이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모든 언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국어가 맥락적이라고 사람들에게 평가될 때, 또 하나 많이 언급되는 표현이 바로 한국말은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또한 우리가 가지는 한국어와 영어에 대한 정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대표적 표현으로 한국어에서 '거시기'라고 하면 거의 모든 것을 지칭할 수 있으니, 해당 맥락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가갸가갸갸?'라는 표현은 어떤가. 정말 기가 막히게 단 두가지 소리 가와 갸로 '저 아이가 그 아이냐?'라는 표현을 대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영어에는 이에 대응하는 표현이 없을까...라는 것이다.

  영어에서 '거시기'에 견줄 수 있는 표현은 something이나 thingy를 들 수 있다. 영어 화자들이 뭔가를 이야기 하고 싶은 데 해당하는 물건이나 사건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 그것을 something이나 thingy로 대체하여 표현한다. 예를 들어 이름은 생각나는 데 성은 생각나지 않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화자 1: What was her name again?
화자 2: Sam Something, I guess. (쌤 아무개일 껄.)

  또 다른 예를 보자.

"And even underage wizards are allowed to use magic if it's a real emergency, section nineteen or something of the Restriction of Thingy ..."

  J. K. Rolling이 지은 그 유명한 소설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에 나오는 표현이다. 해리와 론이 곤경에 처하자 마법을 써서 해결하자고 론이 주장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인데, 해석하자면 '그리고 거시기 제한법 19조인가 머시기에 따르면 진짜 위기상황일 때는 미성년 마법사도 마법을 쓰는 것이 허용된다구'정도. 문장 작성법에서 서두를 and로 연결하는 것은 금기시됨에도 불구하고 역시 말할 때는 다 무시된다는 사실부터 확인 가능하다.

  이문장에서 우리의 관심사인 'Section nineteen or something of the Restriction of Thingy'는 Decree for the Reasonable Restriction of Underage Sorcery, Section 19 (미성년자의 마법 사용에 대한 합리적 제한에 대한 협약 19조)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여기서 something과 thingy가 모두 나온다.

  그렇다면 '갸가갸가가?'에 해당하는 표현도 영어에 있을까? 믿을 수 없겠지만 그렇다!

  영어에서 해당 표현을 찾아보면 Is she her?, Is he him?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어화자들은 이런 표현을 정석으로 하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h'를 잘 발음하지 않고 영국에서는 'r'이 첫소리가 아닌 이상 그다지 중요하게 발음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지인 발음 기준으로 위 두 표현을 생각해 보면 "이쉬어?', '이지임?' 정도로 표현 가능하다.

  우와, 어떻게 보면 우리말보다 더 간단하다고 해도 할 말이 별로 없다. 따져 보자. '갸가갸가가?'는 ㄱ, ㅑ, ㅏ 이렇게 세가지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에서 'Is she her?'는 i, sh, er이렇게 세 가지(혹자는 z와 sh를 왜 구분하지 않는지 따지고 싶을 텐데, 영어에서 이렇게 비슷한 자음 소리가 겹치면 한 소리만 낸다는 사실 알아두면 좋겠다), 'Is he him?'은 i, z, m 이렇게 세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한국어는 다섯음절인데, 영어는 모두 세음절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어 판정패! 물론 한국어는 남녀 모두에게 쓸 수 있는데 반해 영어는 남과 여를 분리해서 두 가지 표현이 존재하니 이 측면에서는 영어가 판정패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두 언어가 비슷한 정도로 매우 맥락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결론은 무승부!!!

  이런 표현들의 맥락적임에 더해 영어에서 대명사의 사용은 영어 표현을 더더욱 맥락적으로 만든다. 아마 한국에서 영어를 주로 글로 배우다 보니 한국어에서는 주어를 생략해서 의마가 맥락적인데 영어에서는 언제나 반복되는 명사는 대명사로 친절히 언급하기 때문에 문장의 뜻이 보다 명확하다는 식으로 배운 지식에 익숙할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영어로 쓰여진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배운대로 언제나 대명사가 언급된다. 그런데 그 대명사가 언제나 바로 전에 나온 명사(사람 이름이든 물건 명칭이든)를 지칭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어쩔 때는 도대체 이 대명사가 무엇을 가르치는 것인지 찾느라고 헤멜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해당 대명사를 생략했을 때 일어나는 우리나라 말의 뜻을 찾는 어려움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사실 우리말에서 반복되는 명사가 생략될 때는 그것이 주어이든 목적어이든 화자와 청자가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 명확할 때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청가가 물어볼 수 밖에 없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

 영어도 마찬가지다. 대명사를 쓸 때는 이미 그 대명사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화자와 청자가 명확히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의 전제가 달라서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역시 발생한다.

화자 1: She was so brave that all around her were touched!
화자 2: Who's she? (네가 말하고 있는 걔가 누구야?)

  대명사를 썼기 때문에 뜻이 명확하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게다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것 같은 데 한국어로 글을 쓸 때는 대명사보다 해당 명칭을 반복 언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쩜 이렇게 맥락적이지 않고 뜻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지!



2018년 4월 19일 목요일

정보의 불균형 2: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한국말만??

  앞서 우리는 주어만 생략하지만 영어는 주어 동사 다 생략해서 한 단어로 의사소통한다는 점을 밝혔다. 가령 예를 들면, "understood?" 이런 식이다. 이건 한국어로 직역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해했?" 정도?! ^_^;

  요새 SNS에서 짧게 말하며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널리 퍼지는데, 어른들은 못 알아듣는 요새 인터넷 용어가 영어의 간단한 표현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다. 그러니까 영어에서는 오래전부터 누가 화난 줄 알았다는 표현을 "화난 줄"이라는 식으로 일상생활에서 써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어와 외국어에 대한 어줍잖은 오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면서 자신의 중언부언을 정당화한다.

  그 이유인 즉 영어는 주어 동사가 앞에 나오기 때문에 첫 마디에서 요점을 파악할 수 있지만, 한국어는 문장의 주요 요소인 주어 동사 중 동사가 맨 마지막에 오기 때문에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예를 하나 들어 이 주장을 반박해 보자. 그 유명한 반증!

  필자가 재미있는 블로그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블로그 주소가 https://achildlives.blogspot.kr/ 이다.

  A child lives라... 이것만 보면 어떤 생각이 나는가? 육아 블로그? 동화 블로그? ... 아니면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난민아동에 대한??? 등등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래서 호기심에 클릭해 들어가보면 대문에 표제가 대문작만하게 다음과 같이 나온다.

  A Child Lives in My Mind.

  무슨 블로그든 가능할 것 같다. 어떤 일상생활에 대한 푸념까지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매우 철학적일 것 같기도 한?!

  여기서 포인트는 우리가 읽은 문장이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였는데, 마지막 단어에 의해서 문장 전체의 뜻이 변했다는 것이다. 다시 위 블로그 주소와 제목을 비교해 보자. 느낌이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주소만 보면 한 아이가 사는데, 어디 산다는 것인지 어떻게 산다는 것인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심지어 제목으로 가서도 A child lives in my까지 가도 그 다음 단어가 house일지 work place인지에 따라서 전혀 뜻이 달라지는데, 하물며 mind라니. 이건 한 아이에 대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문장 전체의 뜻이 변해버리는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마지막 단어에 의해 문장 전체 뜻이 변하는 것은 어느 언어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한국어만 특별해서 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즉,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만 들으면 문장의 중요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은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나온 주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것이 아니라면 한국어 교육에서 말하기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중언부언하는 것과 좋은 말하기를 구분하지 못해서 생긴 말일 수도 있겠다.

  한국말 뿐 아니라 영어도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주장의 두번째 근거는 영어에서 자주 사용되는 가주어 때문이다. 진주어가 이런 저런 이유로 길어지면 영어는 편리하게 가주어 it을 사용해서 문장 초반에 배치하고 긴 진짜 주어는 문장 맨 마지막으로 돌려버린다. 우리 한국인들 대부분이 가주어 진주어 문법에는 도가 텄기 때문에 예는 따로 들지 않겠다.

 우리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어는 동사가 문장의 맨 마지막에 나오지만 영어에서는 가끔 주어가 맨 마지막에 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영어를 끝까지 들어야 할 것인가 아닌가?

  문장에서 형식상 주어가 아니라 의미상 주어... 그러니까 실제 행위를 하는 주체에 대한 개념으로 진주어의 개념을 확장하면 영어에서 이 진주어인 행위자가 문장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빈도는 더 높아진다.

  수동태 문장은 영어가 얼마나 맥락적인지, 영어에서 주어를 어떻게 합법적으로 생략(그러니까 주어를 문법적으로 생략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생략하는)하는지에 대한 예를 들면서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에 더해 수동태 문장에서 진주어를 생략하지 않는 경우에도 by 이후에 나오는 진주어는 문장의 마지막 부분에 위치하기 일쑤이다. 그러니 영어를 끝까지 들어야 하는 세번째 이유가 생겼다.

  마지막으로 또... 영어에서 주어가 길어지면 심지어 가주어를 내세우지 않고도 부사나 형용사를 문장 앞으로 도치시켜 기다란 주어를 문장 맨 마지막으로 옮겨버리기도 한다. 영어도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네번째 이유 되시겠다. 그 예로 다음 문장을 보자.

"... so imperfect is our view into long past geological ages, that we only see that the forms of life are now different from what they formerly were."

  Darwin이 1859년에 쓴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인데, 이 사람 한 문장 너무 길게 써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제에 적합한 부분만 옮겨보았다. 해석해 보면 '오랜 과거 지질 시대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매우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생명체의 형태가 과거에 있었던 것들과 다르다고만 생각한다'정도 되시겠다.

  보이는가? 이 문장은 한국인들에게 그렇게 유명한 so ... that절 표현 되시겠다. 그런데, so를 포함한 형용사구가 문장 앞으로 도치되면서 that이랑 거리가 멀어져서 혹자는 발견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독자에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도치를 시킨 이유가 바로 주어가 into로 시작하는 전치사구의 수식을 받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다. 이렇게 주어가 뒤에 등장하니 영어, 끝까지 들어야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직도 주어를 수식하는 전치사구가 주어 뒤에 오니 our view까지만 들으면 되지 않겠느냐... 라고 우기실 분 계시겠다. 생각해 보자. 우리의 시각이 불완전한데, 우리의 어떤 시각이 불완전한지에 대해서 듣지 않고 이 문장 이해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일 주어를 수식하는 전치사구가 불필요한 내용이라면 그 수식어 없애는 것이 좋은 문장을 작성하는 지침임을 명심하자. 이것이 우리말이고 영어고를 떠나 만국어 공통의 올바른 작문 원리이다!

  더 나아가 so ... that 구문은 뒤에 나오는 that절에 흔히 우리가 말하는 방점이 찍히는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정말 끝까지 들어야 하겠네!

  필자가 모든 언어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단언컨데 모든 언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말을 하는데 자르고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의 문명사회에서 무례하게 취급되는 것이 아닐까.

  만일 당신이 여전히 한국말은 다른 언어와 달리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점을 고민해보기 바란다. 혹시 이미 핵심은 다 말해 놓고 쓸데없는 소리를 주절주절 떠드는 그런 언어 습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때 자신이 중언부언 같은 말을 혹은 전혀 주제와 상관없는 말을 끊임없이 떠들고 있다는 자각이 없다면 나의 중요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릴 수 있지 않겠는가.

  혹은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떠들고 있지는 않은지 검토해 보시길. 그럼 아직 핵심은 이야기하지 못했으니까 내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핵심이 나온다고 상대방에게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지금 당신의 언어습관에 아주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당신의 나쁜 언어습관이 한국어의 특성은 아닙니다. ㅎ


2018년 4월 6일 금요일

영어로 자기 이름 소개하기: My name is... 꼭 필요하다!!!

영어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My name is ...로 꼭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대답은 요새 잘 알려진 일반적 믿음과는 다르게 Yes!!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그렇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아래 글에서 영어로 친구를 소개할 때, 다음과 같이 한다고 했다.

  "Joe Public, Jane Roe. Jane Roe, Joe Public."

즉 서로의 이름만 나열하면 된다. 따라서 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지금 서로 소개해 준 것인지도 모를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맥락적이다. 위 표현은 영어 화자들이 신원미상의 남녀를 부를 때 사용하는 이름들로 장난쳐 본 것이다. ^_^;

자기 소개를 할 때도 일반적으로 English Native Speaker들은 "My Name is Robin Yu'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Robin Yu'라고만 하면 되고 더 일상적으로는 성은 언급하지 않고 이름만 언급하는 경우도 많다. 그냥 'Robin'이라고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한국인으로서 처음 외국에 간 당신은 어떻게 당신의 이름를 그들에게 소개해야 할까? 그들이 이름만 언급한다니 당신도 그렇게 하면 될까? 자 상황을 보자.

A: James.
Me: Shang-Choo.
A. What?

문제는 그들이 당신의 이름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당신은 이름을 언급했지만, 상대방이 이름을 말한 것인지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어 이름은 그들이 알아듣기도 힘들다. 영어 이름 없으면 그들처럼 소개하면 안됨.

해결책은 반드시 full sentence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것! 요새 영어를 가르치는 많은 video tips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하나 같이 I am ... 이나 My name is ...로 시작하는 자기 소개가 필요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당신에게 영어 이름이 없다면 그들처럼 소개하면 안 된다. 최소 I am...으로 시작해서 자기 이름을 말해 줄 필요가 있다. 만일 당신의 이름이 그들 입장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이름이라면 my name is ...로 해주는 것이 좋다.

2018년 4월 2일 월요일

정보의 불균형 1: 한국어에서는 주어가 마구 생략된다! 한국어만?

  한국어로 말 할 때 주어를 많이 생략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한국인이 알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한국어가 다른 언어보다 더 맥락적인 언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도 많다.

  과연 그럴까? 한국어만 이토록 맥락적이라서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다른 언어, 특히 영어는 주어 동사가 항상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보다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오해의 소지도 적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는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오판이다. 마치 외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외국 사람 몇 명밖에 만나본 적 없으면서 외국은 한국과 이러저러한 점에서 차이가 난다며 결론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게 한국어는 전문가 수준으로 알지만 영어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상태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 만으로 두 언어의 차이를 말하는 과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책으로 배워서 그런 것 같다. 사랑을 책으로 배우면 안 되듯이 영어도 책으로 배우면 영어 화자들은 주어도 생략하지 않고 언제나 full sentence로 말하는 줄 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하나도 안 들리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영어에서도 대부분 주어가 생략되기 때문에 책으로만 영어를 배운 사람 입장에서 적응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추억의 명작 Body Guard 초반 남자주인공이 어떤 노인을 경호하는 장면에서 그 경호받는 노인이 묻는다. "Hands ever shaken?" 그러자 남자배우가 대답한다. "Just adrenaline." 무슨 소리인가? 누군가의 공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인이 유능한 경호원이 손을 떨기도 하는지(무서움을 느끼는지- 필자 주) 물어보자 남자가 그저 호르몬 작용일뿐이라고(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손을 떨기도 한다고 -필자 주) 대답하는 장면이다. 남자가 실력있는 경호원으로 위기의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이야기하다 장면 해석으로 말이 샜는데, 본론으로 돌아와 다시 영어 표현을 보자. 첫번째 문장을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영어의 full sentence로 표현하자면 아마 'Have your hands ever shaken?'정도 될 것이고 두번재 문장은 'It's just adrenaline.'일 것이다. 보자 보자... 첫문장에서 동사와 소유격 표현이 빠졌고 두번째에서는 주어, 동사 다 빠졌다. 한국인이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것을 물었다면 아마 이 정도 표현이 아니었을까? '손을 떨기도 하나요?' '흥분한 거 뿐이에요.' 모두 주어만 빠졌다.

  주어 동사 다 생략하는 것보다 주어만 생략하는 것이 그래도 더 정확한 언어 표현 아닌가. 이제부터 이렇게 이야기하자. 영어는 맥락적이다. 한국어는 정확히 표현하는 편인데... ㅎㅎㅎ

  이제 처음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과연 한국어만 주어 생략하는 거 맞는가? 정답은 '아니다'이다. 이런 오해에는 한국의 국어교육의 문제점도 있다. 한국의 공교육에서 우리말로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말로 글을 써도 글에서 주어가 생략되는 일은 말할 때처럼 빈번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한국인이 익숙한 한국어의 구어체와 영어 책 속의 문어체를 서로 비교하면서 두 언어는 이렇게 달라....라고 이야기하는 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 그럼 일상적 상황에서 영어로 말을 할 때, 주어가 어떻게 생략되는 지 한 번 살펴 보자.

  첫째, 영어에서는 한 단어로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한국어는 말을 할 때도 목적어와 술어는 꼬박꼬박 써주지 않나! 예를 들어, 친구에게 이렇게 물을 수 있다.

  "밥 먹을래?"

  같이 먹자는 소린지 혼자 먹으라는 소린지... 해당 상황에 있지 않다면 헷갈리는 맥락적 표현이다. 주어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점심을 말하는 것인지 저녁을 말하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목적어와 동사는 등장한다.

  반면 영어로는 위 말을 어떻게 할까?

  "Lunch?"

  음하하하... 이게 무슨 소린가? 우선 저녁이 아니라 점심을 이야기하는 것 같긴 하다. 그렇다고 이 표현이 덜 맥락적인가? 우선 같이 먹자는 소린지 혼자 먹으라는 소린지 상황을 모르면 어리둥정하기 마련이다. 역시 밥을 먹을 계획인지를 물어보는 것인지 밥을 먹었냐는 소린지도 알 수 없다.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보자. 필자가 두 친구에게 서로를 소개시켜 줄 때, 한국어로는 아마 다음과 같이 하게 될 것 같다.

  "이 친구는 이 아무개이고 저쪽은 박 아무개야."

  영어로는 어떻게 될까?

  "Joe Public, Jane Roe. Jane Roe, Joe Public."

  이제 다시 판단해 보자. 어떤 언어가 더 맥락적인가?

  둘째, 영어에서 이렇게 주어 동사 모두 생략하고 단 몇 개의 단어로만 의사소통하는 방법 말고도 가짜 주어를 내세워 실제로 행위한 주체를 생략하는 화법도 존재한다. 이런 방법은 대화에서 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가짜 주어를 내세우는 방법 중 하나가 한국인이 그렇게 잘 알고 있는 수동태 문장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국인들이라면 일반적으로 영문법에서 만큼은 영어원어민을 능가하기 때문에 수동태 문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서 생략한다.

  Binoculars were bought simply because binoculars were bought.

  위 문장은 Lee Child라는 작가가 지은 Never Go Back이라는 추리소설에 나오는 표현이다. 형식적으로 주어와 동사가 모두 보이지만 실질적인 행위 주체는 나오지 않는다. 누가 산다는 것인가? 위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해 보자면 '사람들이 망원경을 샀던 이유는 오직 당시 망원경이 유행했기 때문이었다.'정도 된다. 우와, 한국어에서는 영어에는 표현되지 않았던 행위 주체가 나타났다!

  이렇게 실질적 주어는 숨겨놓고 형식적으로 주어 동사 있으니까 영어는 표현이 정확하고 한국어만 맥락적이라는 주장은 사실 '저는 영어를 잘 모릅니다'라는 선언이거나 '저는 영어든 한국어든 언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없이 그냥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반복할 뿐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쯤 되면 우리가 한국어의 특수성으로 즐겨 언급하는 '갸가갸가가?'라는 표현, 어떻게 두가지 소리로 그렇게 복잡한 뜻을 나타낼 수 있는지 감탄하던 그 상황이 영어에서도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직하다고 의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