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8일 월요일

정보의 불균형 3: 한국어는 색에 대한 표현이 발달되어 있다. 한국어만?

  필자가 영어를 배울 때 많이 듣던 말이다. 요새도 이런 말 많이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다들 어떠신가?

  이렇게 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 우리말에는 노란색도 노랗다는 단어 뿐 아니라 '노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누르죽죽하다', '누르스름하다', '누렇다' 등 여러 표현이 가능한데, 영어로는 Yellow 하나 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영어에는 Yellowish라는 단어가 있다. 아마 우리말로는 노르스름하다 정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위의 명제는 바로 반증되었다.

  그 뿐 아니라 사실 영어에서 노란색이 얼마나 많은 표현으로 구분되는지 알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서로 다른 강도 혹은 톤의 노란색을 구분하는 단어들은 다음과 같다.

  Banana, Blond, Daffoldil, Lemon, Yellow, Butter, Bumblebee, Corn, Pineapple, Tuscan Sun, Dandelion, Honey, Canary, Butterscotch, Mustard, Medallion ...

  위 영어에서 노란색을 뜻하는 많은 단어들은 연노랑부터 점점 노란색이 강해지다가 마지막에 가면 갈색을 띄는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우와, 얼마나 많은가?

  물론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위 나열한 색을 보면 순수한 색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버터나, 옥수수, 파인애플 등 과일 이름이나 꽃이름 혹은 태양과 같은 명사를 사용하여 색을 표현하였으니, 진정 색에 대해 여러 표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히려 색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없다보니 특정 색을 띄 물체를 가지고 와서 해당 색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필자가 볼 때 일리 있는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렇다면 우리말의 저 다양한 노랗다는 표현에 대해서 각 표현이 어떤 색인지 명확한 합의가 있는가?

  예를 들어 노르스름하다와 누르스름하다의 색깔 차이가 어떻게 되는가? 아는 사람??

  이렇게 볼 때, 사실 영어와 우리말은 비긴다고 볼 수 있다. 즉 영어와 우리말중 진정 어느 언어가 더 색에 대해서 민감한지, 색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있는지 알 수 없지 않은가?

  결국 이 언어는 이런 특색이 있고 저 언어는 저런 특색이 있는 것이지 어떤 언어가 더 색에서 뛰어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본인이 해당 언어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위 노랗다는 단어 중 우리가 흔히 '금발'이라고 번역하는 머리카락 색을 뜻하는 Blond, 이 색이 또 얼마나 다양하게 나뉘는지 안다면 우리말과 영어가 색에 있어서 도찐개찐이라는 말에 약간 자신감이 줄어든다.

  Dirty Blond , Chocolate Blond, Mocha Blond, Ash Blond, Coconut Blond, Butter Blond, Vanilla Blond, Honey Blond, Caramel Blond, Strawberry Blond, Raspberry Blond, Cherry Blond

  위 다양한 색의 금발은 거무스레한 금발로 시작해서 은빛 금발과 전형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란 금발을 거쳐 붉은빛이 도는 금발에 이르기까지 나열해 본 것이다.

(각 색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은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는데, 아마 검색엔진이 Blond를 Blonde로 고쳐서 검색해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요새 영어에서는 이렇게 명사를 남녀 구분해서 사용하는 추세가 아니기 때문에 검색엔진이 고쳐준 것은 무시하고 위 스펠링이 더 현대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가? 금발이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지?!

  자, 여러 노란색 중 하나의 톤인 '금발'색이 또 이렇게 다양하게 나뉘는데, 이젠 영어의 색 표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여전히 한국어가 색 표현에 있어서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하지만 역시 여러 명사들을 사용해서 다양한 톤과 색의 금발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 그래서 도찐개찐??

  필자가 볼 때 영어는 색의 표현이 단조로운데 우리말은 색에 대한 표현이 발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우리말에서만 주어가 자주 생략되거 영어에서는 주어가 생략되지 않는 것처럼 여기는 '영알못'들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영알못이란 한국어 원어민들이 영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비교하며 발생하는 여러가지 오해를 믿고 퍼트리는 사람들 정도로 정의하면 되겠다.

  필자는 이러한 모국어와 외국어에 대한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빚어지는 많은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해 보고자 한다.

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절대 유럽 사람 영어 따라하지 마라!

  필자가 누누히 지적해왔듯이 아직도 한국인들 중 많은 수가 유럽과 미국, 혹은 서구문화권 전체와 영어 사용국가가 다르다는 사실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는 미국이 외국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해외여행도 많이 하고 한국문화도 외국에 많이 알려져서 우리가 다른 나라를 바라보는 시각도 과거에 비해 다양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어에서 r이 우리말의 ㄹ 소리와 비슷하게 난단고 유럽의 다른 언어의 r도 ㄹ로 표기할 정도로 우리는 서구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 무신경하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이 김치를 기무치라고 하면 또 열받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 문화와 일본, 중국 등 다른 아시아 문화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 차이를 잘 몰라주면 외국인들이 무신경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유럽 문화, 남미 문화, 아랍 문화, 아프리카 문화권 내에서 각 나라, 각 지역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필자도 이런 점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필자는 그 내부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 세부적인 내용을 필자 자신이 잘 모른다는 점도 알고 있다. 이 정도면 출발점에 정도는 섰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배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필자가 조금은 알고 있는 영어를 사용할 때 원어민과 유럽인의 차이, 그리고 우리가 유럽인의 영어에 대해서 조심해야 할 것 중 몇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글쓰기 측면에서는 이전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서 다시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면...

  절대 유럽사람 영어 따라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유럽인이면 당연히 영어를 잘하겠지... 생각하고 그들의 영어를 따라하다 보면 토플이나 다른 writing 시점에서 점수 높게 받을 수 없다. 그야말로 같은 시간을 투자한 것에 비하자면 비운의 writer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왜 자신의 영작문 성적이 이렇게 낮게 나오는지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ㅋ~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필자의 남다른 경력, Paradise Lost? 라는 책의 초벌 번역에 참여 한 탓이었다. 이 책은 The Beijer Institute of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에서 편찬한 지구의 환경문제와 관련한 책이었는데, 필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는 다음과 같다.
  Paradise Lost?: The Ecological Economics of Biodiversity (by Edward B. Barbier, ‎Joanne C. Burgess, & ‎Carl Folke, 1994)

  번역하면서도 이 책의 영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꽤 자주 했는데, 당시에는 유럽인의 영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단순하게도 실제 영어에서는 문법이나 작문의 금도 같은 것을 많이 어기는 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이 큰 실수였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해당 영어는 편찬한 기관에서 알 수 있듯이 스웨덴에서 학자들이 사용하는 영어였고, 따라서 원어민의 자연스러운 영어와는 큰 차이가 있었음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이 스웨덴식 영어가 필자의 작문 스타일에 주는 영향을 막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이 필자의 토플 점수를 낮추는 꽤나 큰 패착이었다고 지금은 보고 있다.

  만일 필자가 위 책이 아니라 John Milton의 Paradise Lost를 번역했더라면 필자의 작문점수가 어떠했을지... 땅을 치며 후회할 노릇이다. ㅎㅎㅎ

  글쓰기 뿐이 아니다. 소리적 측면에서도 유럽인들의 영어 구사는 완벽하지 않다. 예를 들어 영어사용자들이 발음지옥이라고 생각하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영어를 배울 때 힘든 점이 있다.

  바로 프랑스에는 th소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thank you를 발음할 때 그 발음은 일본인들 발음과 매우 비슷하다. 쌩큐...

  사실 이 점에서는 우리도 같다. ㅋㅋㅋ

  필자가 과거에 Ace of Base라는 그룹의 노래를 좋아했었다. 이들의 The Bridge라는 앨범에 나오는 노래는 거의 다 욀 정도로 이 그룹의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그러다 Edge of Heaven이라는 노래의 edge 발음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결론은? 필자의 edge발음을 영어 원어민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

  왜냐? 이들이 Native speakers of English가 아니기 때문! Ace of Base의 멤버들도 유럽 출신들이다. 그리고 당시 필자는 이 사실을 몰랐었다. ㅎㅎ

  그래도 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을 한 번 들어 보실 것.
  https://www.youtube.com/watch?v=NcNLRTP85zw

  하지만 이 노래를 들은 다음 그대의 edge 발음을 순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Lady GaGa & Britney Spears가 부른 The 3 Edge Of Glory나  John Mayer의 Edge of Desire도 들어 보시길!

  그래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유럽사람들의 영어를 절대 따라하지 말 것! 정작 영어 사용자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비운의 speaker가 될 수 있다.

  혹은 유럽사람들과 더 잘 말이 통하는 영어 사용자가 될 수도 있다! 이건 행운인가?! ^_^

2019년 10월 12일 토요일

외모에 대한 문화 차이 1: 서양인 친구가 있다면 절대로 '머리 작다'고 웃으며 칭찬하지 말라!

  우리에게는 얼굴이 작고 피부가 하얗고 키가 크고 빼빼 마르고 다리가 길면 대충 미인이고 멋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분명 일제시대 부터는 아니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군정 시절부터??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면 미인이라는 소리 들을 많은 남녀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튼 현재 우리나라 미의 기준은 위와 같다. 우리나라 화장품이 다른 아시아 나라에서도 유행이고 마찬가지로 연예인들도 인기라는 것을 보면 다른 나라에서도 미의 기준은 점점 획일적으로 서구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한 예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머리가 작다'는 말을 칭찬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은 사실 당신의 체형이 서양사람과 비슷합니다...라는 뜻 아닌가?

  하지만 주의하라!

  이른바 서구 사람들에게 함부로 칭찬이랍시고 '너 머리가 참 작네, 하하하' 했다가는 주먹이 날라 올지 모른다. 이 말은 '너 참 멍청하게 보인다'라는 말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근대 초기에 서구사회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더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그 근거로 여자의 머리 크기가 남자보다 작다는 것이었다는... 마찬가지로 흑인들의 머리 크기도 백인 남성의 머리 크기보다 작다는 이유로 지능이 떨어진다며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했기도 했던 서구 문화가 존재한다.

  따라서 본인은 칭찬이라고 서양인 친구에게 웃으면서 머리 작다고 하면 그 서양인 친구는 당신이 자기를 멍청하다고 놀리는 것이라 오해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조언한다. 함부로 서양인에게 머리 작다고 칭찬하지 말 것!

  이 대목에 이르니 어쩌다 머리가 작다는 것이 우리 나라에서 칭찬이 되었는지 다시 한 번 한숨이 나옴을 막을 수가 없다.

  진정 어쩌다 우리는 서구의 습관은 모두 무언가 멋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이는 한 나라에서 문화적 풍송이 부자에게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흐르듯이...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다 보니 그렇게 문화가 흐르게 되는 것인데...

  그처럼 우리는 서구 사회가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하니 그들의 문화도 더 뛰어나다고 무의식 중에 따라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이상한 생각을 근거로 남녀를 차별하고 흔히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모든 실수를 그들도 저지르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는 그들의 나라를 이른바 '선진국'이라 부르며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이전 글에서 대화하며 오래 밥을 먹는 서구 문화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 지적했었다.

  마찬가지로 서구인의 조각 같은 얼굴 형상도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조각같은'이라는 수식어가 그리스 조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뜻은 코가 오똑하고 얼굴에 각이 져서 마치 새나 사슴처럼 눈이 정면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옆면에 걸쳐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동양인의 얼굴은 평편해서 두 눈 모두 정면에 위치하는데, 우리는 이런 형태의 얼굴이 호떡 같다는 둥 자기비하하며 웃는다. 그러면서 서양인들이 '원숭이'라고 한마디 할라치면 인종차별이라고 입에 개거품을 문다.

  그러나! 역시!! 얼굴이 평편하고 각이 졌다는 말이 서구사회에서 반드시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바로 얼굴이 평편하여 두 눈이 모두 정면에 위치하고 있을 때 사물을 보는 초점에 각이 살아서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초식동물을 보면 눈이 얼굴 양 옆에 위치한다. 이들은 이런 눈의 형태로 거의 자신의 뒤까지 살피며 포식동물이 주위에 나타나면 빨리 도망갈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호랑이, 사자를 생각해 보라. 그들의 눈은 정면에 위치해서 자신의 뒤는 볼 수 없지만 자신의 눈 앞의 먹이의 위치를 특정해서 잡아 채는 데 특화되어 있다.

  따라서 서구 사람들에게 얼굴이 평편하다는 소리는 '너 못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넌 사냥꾼의 얼굴을 가졌구나'로 해석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같은 소리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문화, 혹은 문화적 자긍심이나 문화적 열등감 속에서 우리는 상대의 행동에 대해서 크게 오해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서구인에게 하는 머리가 작다는 칭찬은 그들에게 비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서구인들이 동양인 흉내를 내면서 하는 행동 중 하나인 눈을 찢는 퍼포먼스, 과연 동양인 비하일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우리는 서구인을 '코쟁이'라고 부르면서 이 말이 서구인 비하라고 생각하는지 우선 묻고 싶다. 이것이 서구인 비하가 아니라면 왜 동양인의 눈을 찢어서 흉내내는 행동은 비하일까? 단지 각자의 얼굴 형태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을 부각하여 의사소통하는 형태로 보는 것은 무리일까?

  물론 이 부분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많은 동양사람들이 화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생각한다. 이쯤 되었으면 우리도 서구의 문화가 좋다고 무작정 따라하기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문화의 실상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아 장단점을 파악하고 우리에게 맞는 것을 찾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의 장단점도 파악해서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유지 발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젠 정말 우리 자신의 머리로 생각을 좀 하면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에 갈 때 잠옷을 입고 등교하는 것은 왜 우리가 아직 따라하지 않는지... 참 아쉬운 노릇이다. 언제 이런 진정한 자유스러움을 따라하게 될까? 사실 필자는 이런 것은 좀 따라했으면 싶다.

  매번 브랜드나 옷 가격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 때문에 오히려 교복을 입히는 것이 더 낫다는 우리 교육계의 현실적 평가에 좌절하게 되는데... 언젠가 우리 청소년들이 옷이나 겉모습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 개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면!!! 좀 부럽지 않나?!

이른바 대화하며 긴 시간 식사하는 서구 풍습의 비밀: You keep your mouth closed while you're eating!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가지고 있는 인상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에는 '빨리빨리'라는 문화가 있어서 밥도 빨리 먹고 일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흔히 '서구'라고 부르는 사회에서는 긴 시간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좋은 습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분명 밥을 빨리 먹으면 잘 씹지 않고 삼키게 되고 그렇다면 소화가 아무래도 힘들게 될 것 같긴 하다. 그러니 밥을 천천히 먹자!...는 말에는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서구에서 대화하며 장시간 식사하는 습관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우리의 추측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 문제는 영어를 얼마간 잘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을 품어볼 만한 선입견이다. 왜냐하면 영어는 일단 입에 음식이 있으면 발음하기가 불가능한 단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Pearl이라는 단어를 진정 잘 할 수 있다면 밥을 입에 넣고 한번 시도해 보시라. 불가능하다.

  영어는 혀나 입의 움직임이 한국어보다 더 역동적이다. 그래서 사실 식사예절에는 어긋나지만 우리는 입에 음식을 넣고 씹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언어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편이다. 그러나 영어로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음식도 씹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서양 영화를 보면 여성이 풀메이크업을 한 다음 자기 이빨에 왁스를 칠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왜? 바로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면 혀를 입술 밖으로 내밀었다가 목구멍 안까지 집어넣었다가 할 뿐 아니라 이빨을 아랫입술에 살짝 터치해주는 일이 반복되는 데 그러다가 앞니에 립스틱이 묻어 버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남성도 방송에 나가거나 화장을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이빨에 왁스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붉은 립스틱 묻은 이빨로 대화든 진행이든 하게 되는데, 이건 마치 이빨에 고추가루 잔뜩 낀 상태에서 대화를 하거나 사회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마 개인사에서 최악의 스캔들로 남을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여성이건 남성이건 화장하고 이빨에 왁스칠하는 거 보신 분 있으신가? 이렇게 영어로 말을 하게 되면 입의 구성성분, 입술, 치아, 혀 등을 훨씬 더 활동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서구의 사람들은 어떻게 대화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이렇다.

  우선 음식을 입에 넣는다! 씹지 않고 바로 삼킨다!! 상대방을 보며 미소 지으며 대화한다!!!

  자, 어떤가? 이렇게 식사하면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건강에 도움이 될까? 게다 그 대화가 유쾌한 내용이었다면??

  필자가 볼 때 이런 식사 문화에도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음식을 씹지 않고 혹은 서너번 씹는 척하며 바로 넘기는 것은 위에 부담을 많이 줄 것 같다. 최소 한국인들이 밥을 빨리 먹을 때 만큼은 되는 정도의 부담이거나 아니면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오래 천천히 먹기 때문에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을 위에 채워넣는 것보다는 부담을 조금 덜어 주는 측면도 있어서 결국 우리나라의 식사 습관만큼 딱 그 정도로 위에 부담을 줄 것 같지 않은가?

  필자는 식사를 할 때 꼭꼭 씹어 먹어서 사실 씹어서 삼키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늘 마지막까지 먹고 있는 사람이 바로 필자 자신이다. 때로는 눈치가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구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눈치가 더 보인다. 일단 웬만한 곡예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입에 음식을 넣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필자는 오래 음식을 씹기 때문에 식사 중 대화에 끼기가 힘들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자 어떤 호주인 친구가 얼굴을 찌푸리며 필자를 비난했다. 빨리 삼키고 대화에 참여해야지! 헐~

  이 때 필자를 구원해 준 사람은 오히려 같이 밥을 먹고 있었던 인도인이었다. 씹을 때는 기다려줘야지~~ 그래도 그 호주인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마치 필자가 매우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처다보던 그 눈빛...

  이 때부터 필자는 이러한 '식사는 오래 하지만 빨리 삼키고 대화에 참여하기 문화'를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화에 참여하고 안 하고도 자발적이 아니라 강제하기도 하고 씹고 있으면 양해를 해주어야 하는데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구나!

  물론 모든 호주인이가 서구인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도 존재한다는 사실!! 심지어 기다려주지 못하는 자신의 성마름을 지적받고도 아무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그 친구의 표정!

  이렇게 의문을 갖다가 한 번은 다른 한 호주인 친구에게 어떻게 이렇게 밥을 먹냐고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 환하게 웃으면서... 오랜 훈련으로 씹지 않고 삼키는 기술을 익히게 된 것이라면서 반은 자랑삼아 그리고 반은 겸연쩍어 하며 자신의 식사 문화에 대한 답을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훈련이 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는 서구에서도 밥 먹을 때 이야기하지 말라고 부모들이 훈계를 하게 된다.

  You keep your mouth closed while you're eating!

  이 표현은 'Harry Potter 시리즈'에서 Mrs. Weasely가 그의 쌍동이 아들 Fred and George를 혼내며 한 말이다.

  번역해 볼까?

  위즐리네 엄마: 밥 먹을 때 떠들지 말라고 그랬지!

  아 이 얼마나 귀에 익숙한 소리인가?! 우리 어릴 때 많이 듣던 말 아닌가!! 위 번역은 사실 약간의 의역이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조금 더 직역하면 '밥 먹을 때는 입 다물어라!'정도로 할 수 있겠다. 역시 비슷한 고향의 소리라고나 할까~~

  사실 이 말은 너무나 우리 문화와 맞아서 아이들이 볼멘소리로 반박하는 말까지 동일하다. ㅎ~

  How am I suppose to eat if I keep my mouth closed?! (입을 다물고 밥을 어떻게 먹어요?!)

  아이들에게 식사 중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씹지도 않은 음식을 무조건 삼켜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꽤 잔인할 수 있다. 아이들은 아직 소화기능이 완성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게 마구 삼키도록 가르치면 탈이 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반에서 일등하라고 밤 늦게까지 학원에 보내는 것만큼이나 잔인한 학대가 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우리가 생각하듯 서구의 문화가 모두 장미빛은 아니라는 것이다. 긴 시간 대화하며 밥 먹는 문화에도 장단점이 있다. 특히 필자는 대화하다 음식이 식어서 맛이 없어지는 상황을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한다. ㅋ~

  생각해 보자.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밥 먹을 때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삼키는 데 문제가 없다고 개인적으로 느낄 정도만큼은 씹고 삼키지 않는가?! 그런데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큼직한 스테이크 조각을 한 번도 씹지 못하고 삼키는 장면을... 아, 필자는 체할 것 같다.


2019년 10월 7일 월요일

프랑스어 한국어로 옮기기 1: Rapport 라포? 라포르?? vs 래포! 하포!!!

  조국 사태에 묻혀버린 대형 사건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되었고 거기에 더해 그 용의자가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필자도 설마 그 용의자가 아무 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순순히 자신의 과거 범행을 털어놓을 것인가 의심이 많았는데, 우와... 우리나라 법심리 전문가들, 대단하시다! 짝짝짝!!

  알려지기로 프로파일러들이 용의자의 입을 열게 한 결정적인 비밀은 바로 용의자와 프로파일러들 간 Rapport가 잘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Rapport, 어디서는 '라포'라고 쓰고 다른 곳에서는 '라포르'라고 쓰고 있다. 어떤 우리말 표기가 맞는 것일까?

  우선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려면 그 말의 기원을 알아야 한다. Rapport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기원으로 '보고, 관계, 비율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 프랑스어 단어는 전세계 심리학이나 상담 관련 교재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상담하러 상담소를 찾은 사람) 간 신뢰형성을 뜻하는 개념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필자가 몇년 전까지 본 심리학 교과서에서는 '라포'로 쓰이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어 위키 백과에서는 '라포르'라고 쓰고 있다. 

  아니 왜? 바로 국어사건에 라포르로 소개되고 있으니까!

  그래서 필자가 늘 '국립국어연구원'을 못 살게 구는 것이다. Rapport를 라포르로 옮기는 것이 정년 옳은 한국어 표기란 말입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Rapport를 '라포르'로 쓸거면 왜 Car는 '카'라고 하나? '카르'라고 하지?? 

  이건 뭐 일관성도 없고 국적도 없는 발음 계속 쓰고 싶나?

  필자가 볼 때 Rapport를 '라포르'로 표기하는 것은 식민잔재가 아닐까 싶다. 어째 맥도날드를 '매그도그나르드'라고 일본에서 표기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필자만 그렇게 느끼나?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그렇다면 심리학 교재에서 사용하고 있는 '라포'라는 표기는 옳은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일단 라포르보단 백배 낫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더 나은 표현이 존재한다.

  우선 프랑스어의 r 발음은 영어의 r 발음과 다르다. 프랑스어의 r 소리는 오히려 독일어의 r 소리와 더 비슷해서 우나라 사람들 귀에는 거의 'h'소리로 들린다.

  더 재미있는 것은 미국 사람들 귀에서 프랑스어의 r 소리는 h 소리에 가깝게 들린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말은 프랑스어의 r 소리가 h소리와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ㄹ소리와 영어의 r 소리에 차이가 있지만 가장 근사치에 가까운 소리이기 때문에 우리가 영어의 r 소리를 ㄹ로 표기하는 것가 마찬가지로 가장 근사치에 가까운 소리라는 뜻이다.

  따라서 프랑스어 Rapport를 프랑스어에 가장 가깝게 우리말로 표기하면 '하포'라고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심리학이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되었다는 그 기원을 생각하면 영어 발음으로 Rapport를 표기하는 방법도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영어발음에 가장 가까운 Rapport의 표기는 '래포' 정도 되시겠다. 

  물론 필자는 원 프랑스어 발음을 선호한다. 따라서 Rapport는 "하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