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역에 대한 고민은 간단한 명제 "he/she = 그/그녀"가 참이 아니라는 데에서 시작한다. 언뜻 이해가 잘 안 가시는가? 그럼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he가 일반적으로 남성 개인을 지칭하는 대명사이고 she가 여성 개인을 지칭하는 3인칭 대명사인 것은 맞다. 그래서 제 3자인 개인을 지칭하는 대명사 '그' 밖에 없었던 우리말에서 영어를 번역할 때 바로 이 구분 때문에 애를 먹게 되었다.
필자가 볼 때는 일본이 영어를 번역하는 경향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혹은 그대로 카피해서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100여년 전 우리 선조는 he를 '그'로 번역하고 자연스런 우리말 '그'에 '여'자를 붙여 '그녀'라는 말을 만들어내어 'she'에 대한 번역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 말을 마치 우리가 여자인 의사, 선생, 경찰, 검찰 등에게 여의사, 여선생, 여경찰, 여검사라고 부르는 것과 꼭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상한 번역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냥 '의사'라고만 하면 당연히 남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러나 우리말의 '그'는 당연히 남자는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제 3자의 성을 모를 때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영어에서 불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할 때, 일반적으로 화자가 남자이면 he 화자가 여자이면 she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면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하다. 심리학에서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여성이면 여자를 그리고 남성이면 남자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트랜스 젠더 등은 다를 것이다)
이렇게 블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할 때 화자에 초점을 맞추어 he나 she로만 사용하면 유시민처럼 지칭되고 있는 사람의 성별을 화자의 성별과 같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생겨서 그럴까?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불특정한 누군가의 성을 알 수 없으면 영어에서는 he/she나 she/he와 같은 형식으로 남녀를 의미하는 3인칭 대명사를 모두 써주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s/he라는 표현을 간단하고 그 동안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 탈피하는 저항도 느껴져 더 좋아하나 이 표현은 영여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지는 않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그녀'라는 번역어가 영어의 she와도 일치하지 않는 이상한 조합어라고 생각하고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필자가 '그'가 he의 번역어로 충분하고 she를 그녀로 번역하는 것이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바로 우리말에서 불특정 누구를 지칭할 때 '그녀'라는 대명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새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그녀'라는 표현은 불특정 개인을 지칭할 수 없는 불완전한 3인칭 대명사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뉴스 이상의 공식문서나 자연스런 어법이 중요한 품위있는 글에서는 3인칭 대명사로 성별이 잘 알려진 경우에도 남녀 모두 우리의 자연스런 3인칭 대명사 '그'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그녀의 구분이 he/she에 상응한다고 보는 것은 마치 언어의 기준을 영어에 두고 영어에 존재하는 표현이 우리말에도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하에서 언어 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결과 우리 말에서 원래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대명사 '그'의 사용을 he에 한정하고 이상한 번역어 '그녀'를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러한 필자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고신해철이 생전에 일본식 번역어 그녀의 사용이 한국어를 더 풍성하게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그'만 쓰는 것보다 '그녀'도 쓰는 것이 더 한국어의 표현에 보템이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필자는 우리말에 피동형이 제한되어 있고 사물이 주어가 되는, 그러니까 능동적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그런 표현이 많은 외국어가 번역되면서 그런식의 번역체 표현이 많아지는 것에도 경종을 울리는 편이다. 이러한 필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피동형이나 사물을 주어로 삼는 것이 우리 말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며 번역체 표현을 폭넓게 인정하자는 주장이 번역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아직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언어라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언어가 더 단순화되는 것보다 더 풍성해지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면 그 변화의 방향도 좋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가 깊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맞다.
하지만 '그'의 사용을 he에 국한하는 것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원래 남녀를 모두 지칭하는 의미를 제한하여 우리말의 의미를 한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녀'가 불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이상한 번역어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용법은 우리말을 풍성하게 만들었다기 보다 왜곡했다고 본다.
따라서 she를 '그녀'로 굳이 번역해야 겠다면 he는 '그남'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그녀를 쓰고 싶다면 그남도 써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말의 '그'는 원래의 의미를 살려 성별을 모르는 경우, 불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하는 'he/she'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고 특히 공문서나 품위 있는 글에서는 지금까지와 같이 성별이 알려진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그남/그녀/그'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우리말을 더 풍부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필자는 제안한다.
특히나 우리말의 '그'는 성별 구분 없이 그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요새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언어라는 측면에서도 훨씬 진보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대명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폭넓은 단어를 '남자'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국한하는 것에 대해 필자는 극렬히 반대하는 바이다!
우선 he가 일반적으로 남성 개인을 지칭하는 대명사이고 she가 여성 개인을 지칭하는 3인칭 대명사인 것은 맞다. 그래서 제 3자인 개인을 지칭하는 대명사 '그' 밖에 없었던 우리말에서 영어를 번역할 때 바로 이 구분 때문에 애를 먹게 되었다.
필자가 볼 때는 일본이 영어를 번역하는 경향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혹은 그대로 카피해서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100여년 전 우리 선조는 he를 '그'로 번역하고 자연스런 우리말 '그'에 '여'자를 붙여 '그녀'라는 말을 만들어내어 'she'에 대한 번역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 말을 마치 우리가 여자인 의사, 선생, 경찰, 검찰 등에게 여의사, 여선생, 여경찰, 여검사라고 부르는 것과 꼭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상한 번역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냥 '의사'라고만 하면 당연히 남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러나 우리말의 '그'는 당연히 남자는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제 3자의 성을 모를 때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영어에서 불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할 때, 일반적으로 화자가 남자이면 he 화자가 여자이면 she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면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하다. 심리학에서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여성이면 여자를 그리고 남성이면 남자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트랜스 젠더 등은 다를 것이다)
이렇게 블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할 때 화자에 초점을 맞추어 he나 she로만 사용하면 유시민처럼 지칭되고 있는 사람의 성별을 화자의 성별과 같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생겨서 그럴까?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불특정한 누군가의 성을 알 수 없으면 영어에서는 he/she나 she/he와 같은 형식으로 남녀를 의미하는 3인칭 대명사를 모두 써주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s/he라는 표현을 간단하고 그 동안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 탈피하는 저항도 느껴져 더 좋아하나 이 표현은 영여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지는 않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그녀'라는 번역어가 영어의 she와도 일치하지 않는 이상한 조합어라고 생각하고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필자가 '그'가 he의 번역어로 충분하고 she를 그녀로 번역하는 것이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바로 우리말에서 불특정 누구를 지칭할 때 '그녀'라는 대명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새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그녀'라는 표현은 불특정 개인을 지칭할 수 없는 불완전한 3인칭 대명사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뉴스 이상의 공식문서나 자연스런 어법이 중요한 품위있는 글에서는 3인칭 대명사로 성별이 잘 알려진 경우에도 남녀 모두 우리의 자연스런 3인칭 대명사 '그'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그녀의 구분이 he/she에 상응한다고 보는 것은 마치 언어의 기준을 영어에 두고 영어에 존재하는 표현이 우리말에도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하에서 언어 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결과 우리 말에서 원래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대명사 '그'의 사용을 he에 한정하고 이상한 번역어 '그녀'를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러한 필자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고신해철이 생전에 일본식 번역어 그녀의 사용이 한국어를 더 풍성하게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그'만 쓰는 것보다 '그녀'도 쓰는 것이 더 한국어의 표현에 보템이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필자는 우리말에 피동형이 제한되어 있고 사물이 주어가 되는, 그러니까 능동적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그런 표현이 많은 외국어가 번역되면서 그런식의 번역체 표현이 많아지는 것에도 경종을 울리는 편이다. 이러한 필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피동형이나 사물을 주어로 삼는 것이 우리 말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며 번역체 표현을 폭넓게 인정하자는 주장이 번역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아직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언어라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언어가 더 단순화되는 것보다 더 풍성해지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면 그 변화의 방향도 좋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가 깊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맞다.
하지만 '그'의 사용을 he에 국한하는 것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원래 남녀를 모두 지칭하는 의미를 제한하여 우리말의 의미를 한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녀'가 불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이상한 번역어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용법은 우리말을 풍성하게 만들었다기 보다 왜곡했다고 본다.
따라서 she를 '그녀'로 굳이 번역해야 겠다면 he는 '그남'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그녀를 쓰고 싶다면 그남도 써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말의 '그'는 원래의 의미를 살려 성별을 모르는 경우, 불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하는 'he/she'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고 특히 공문서나 품위 있는 글에서는 지금까지와 같이 성별이 알려진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그남/그녀/그'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우리말을 더 풍부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필자는 제안한다.
특히나 우리말의 '그'는 성별 구분 없이 그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요새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언어라는 측면에서도 훨씬 진보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대명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폭넓은 단어를 '남자'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국한하는 것에 대해 필자는 극렬히 반대하는 바이다!
영어의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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